진짜 사장인 대학은 나몰라라

지난 1월 2일 홍익대 소속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 1백70여 명은 홍익대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 후 49일이 지난 2월 20일 용역 업체와 임금인상 및 고용승계에 합의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방학 내내 계속됐던 홍익대 노동자들의 농성은 졸업식과 입학식, 개강을 앞두고서야 끝날 수 있었다. 홍익대가 내쫒았지만, 용역 업체와의 합의를 통해 복귀한 ‘절반의 승리’였다.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불안정한 고용 문제는 비단 홍익대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대학들의 문제다. 이미 우리대학교, 고려대, 이화여대 등에서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아래 노조)을 결성하고 함께 연대해 대학에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즉, 용역 업체가 아닌 대학이 노동자들을 고용한 진짜 사장임을 밝히라는 것이다. 그동안 이들은 생활임금과 직접고용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벌여왔다. 지난 2010년 12월에 있었던 공공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의 출범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홍익대 투쟁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홍익대 당국과 총학생회(아래 홍익대 총학)가 노조와 노조에 연대하는 세력에 대해 유례없는 적대적인 행동을 취했기 때문이다. 먼저 홍익대 당국은 홍익대 노조가 출범하자 노동자들을 대대적으로 집단해고했다. 이에 대해 홍익대 미화 노동자 박정순씨는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새해 아침에 쓰레기처럼 버려졌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홍익대 총학은 성명을 통해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홍익대 당국의 입장을 옹호했다. 나아가 노조에 연대하는 집단들을 ‘외부 세력’으로 규정하고, ‘외부 세력의 학내 점거나 농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우리도 현대차지회 투쟁 현장에 가서 지지발언을 통해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했다”며 “그럼 우리도 거기서 외부 세력이냐”고 반문했다.

홍익대 총학은 노조의 투쟁에 대해서 ‘학교 이미지를 실추 시킬 수 있으며,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익대 미화 노동자 한정옥씨는 “노조가 없었다면 이렇게 우리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우리와 연대했는데 정작 홍익대 총학은 비협조적이어서 섭섭했다”고 꼬집었다. 한씨는 “학생들도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며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홍익대 투쟁에서는 ‘트위터’라는 새로운 연대 방식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배우 김여진씨가 트위터에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세력(아래 ‘날라리 외부세력’)’이라는 홍익대 투쟁 지지자 트위터모임을 개설하자 이에 호응한 트위터리안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날라리 외부세력’은 온라인에서 홍익대 투쟁 상황 등을 알려 여론을 조성하고 오프라인에서 바자회, 김장 행사 등을 벌이는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홍익대 노동자들과 연대했다. 김장 행사의 실무를 맡았던 ‘날라리 외부세력’의 김은경씨는 “날라리 외부세력은 트위터를 보고 모인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라며 “외부에서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에 변화를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투쟁을 지지하는 플래쉬몹과 퍼포먼스도 벌어졌다.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학생 행동 모임 데굴데굴(아래 ‘데굴데굴’)’은 홍대입구역에서부터 홍대놀이터까지 청소 퍼포먼스를 하며 길거리 행진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이를 통해 이들은 모든 홍익대 학생들이 홍익대 총학과 같은 입장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데굴데굴’의 일원인 홍익대 조서울(예술·07)씨는 “‘데굴데굴’은 플래쉬몹, 퍼포먼스 등 행동으로 홍익대 노동자들을 지지한다”며 “홍익대 노동자들의 업무복귀 이후에도 세미나 등 후속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투쟁이 노사합의로 일단락된 데 대해 홍익대 총학생회장 김용하씨는 “긍정적인 해결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직접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총학 차원에서 문제 삼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공공노조 서경지부 이재용 조직차장은 “끝까지 노조를 지켜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내건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이 이번 투쟁의 성과이며 홍익대에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묻지 못한 것이 이번 투쟁의 한계”라고 평가했다. 이 차장은 “‘원청 사용자성’ 인정 문제는 개별 단위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대학 비정규직 사업장 노동자들과 연대해 투쟁할 것”이라고 농성 해제 이후의 투쟁 계획을 밝혔다.

한편 우리대학교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 역시 그리 좋지 않다. 연세대분회는 용역 업체와 12차에 걸쳐 교섭했지만 결렬됐다. 대부분의 용역 업체와는 74개 조항 중 70개 조항에서 합의했으나 임금, 기본급 등과 관련된 핵심적인 4개 조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올해 새로운 용역 업체로 선정된 (주)장풍은 기존 단체협약 조항의 승계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 노사 간의 교섭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이 진행 중이다.

박소원 기자 parksow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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