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을 좇기보다는 경제를 보는 눈을 키우는 수단으로

 

당신이 20대고, 재테크 책 한 권 읽지 않았다면 얼른 서점에 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발빠른 대학생들은 통장과 체크카드, 그리고 펀드와 주식까지 각종 재테크 수단을 이용하며 이미 새로운 물결을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을 했었지만 손해가 커 그만뒀다”는 김나영(정경경영·10)씨의 말처럼  재테크는 어쩐지 어렵고 학내 주식 관련 동아리는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본격적인 투자를 하는 등 딴 세상의 일로만 들린다. 그렇다면 실제로 투자 재테크를 하고 있는 주변의 대학생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을까?

새내기 대학생에서 새내기 재테커로

이화여대 홍영현(수학교육·08)씨는 새내기 때 과외로 번 돈을 쪼개 CMA 통장에 저축하기 시작했다. CMA는 예·적금과 달리 입출금이 자유롭고 하루를 단위로 금리가 바뀌기 때문에 비교적 이율이 높아 재테크 시작 시 가장 선호되는 통장이다. 1년간 CMA에 돈을 모아두었던 홍씨는 2학년이 되자 잃어도 될 만큼의 돈을 조금씩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따로 주식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현재 초기 투자금 200만원은 순수익 60%로 돌아왔고 그것으로 일본여행까지 다녀올 수 있었다.

홍씨는 “대학생 대부분은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만큼 당시의 주목받는 이슈나 사건과 관련된 주식인 테마주보다는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우량주를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며 “비록 입문단계지만 증권 매매 프로그램으로 기업의 자본금과 순익을 따져보는 작업을 생활화하고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는 등 초반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이 수익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이 많이 따랐던 홍씨와 달리, 재테크에 막 입문한 대학생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려대 최보경(통계·09)씨는 주식거래를 약 1년, 적립식 펀드투자는 반년정도 했다. 하지만 재테크로 용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손해를 봤고 현재도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손실에도 불구하고 최씨가 재테크를 꾸준히 해나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최씨는 “어차피 잃을 걸 왜 하고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대학생 시절부터 재테크를 시작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시장을 보는 눈과 실전감각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재테크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돈보다 값진 경험

재테크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증권사 관계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투자증권 신촌 지점 김근영 주임은 “재테크 차원에서 수익을 내는데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며 “대학생 시절에는 재테크가 경제를 배우는 수단으로 다가와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은 정보와 경험, 그리고 시간 없이는 쉽게 수익을 내기 힘든 분야이므로 대학생은 주식보다 적립식 펀드를 이용해 시장의 동향 정도만 이해하면 좋다는 것이 김주임의 말이다. 

명지대 주성일(경영·04)씨도 김주임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재테크 경력 약 4년차의 주씨는 투자동아리 활동과 실전투자대회에서 2위의 실적을 올렸고 현재는 동양종합금융증권 인턴으로 재직 중인 이 분야 나름의 베테랑이다. 주씨는 “평균수명 증가로 인해 노후를 스스로 책임질 능력이 필요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개인의 상황이나 수입, 성향이 다 다른 만큼 일시적인 재테크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평생을 보고 자신에게 맞는 자금운용방안을 세우는 것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동양종합금융증권 관계자도 “최근 재테크 경향 중에는 태어날 때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 적은 돈으로 점차 큰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누가 더 일찍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 얼마만큼 쌓아 가느냐가 재테크의 관건이며 대학생 시절은 그 이치를 배워가는 시기라는 것이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위와 같은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 주식을 하게 되면 거기에만 매달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홍씨는 “하루 종일 안달복달하는 사람이 진득하게 기다리는 사람보다 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자투리 시간에 주식이나 펀드를 하며 경험을 익히고, 평소에는 대학생인 만큼 좋은 전시회도 보고 새로운 곳도 가보며 경험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봤을 때 자신의 삶을 위한 투자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홍씨의 말처럼, 아직 시간이 많은 20대인만큼 너무 서둘러 재테크를 해나가는 것보다는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가는 수단의 하나로 차근차근 시작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경제와 재테크 서적을 읽고 경제 관련 기사를 클릭해보기도 하면서 서서히 지식을 키워 가보자. 진정 재테크가 필요하게 될 먼 훗날, 당신이 대학생 시절 쌓아두었던 지식은 분명 유용하게 쓰이게 될 것이다.

남혜윤 기자 elly@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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