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여성의 낮은 경제 활동율과 출산에 의한 경력 단절, 그리고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퍼플잡을 홍보하고 있다. 퍼플잡은 유연근무제를 홍보하기 위해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은 보라색처럼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하자는 취지로 만든 말이다. 유연근무제란 근로자가 근무  시간, 근무 장소 등을 조절해 근무 형태를 다양화하는 제도다. 여성가족부 이복실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여성이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확산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연근무제가 여성의 근무 환경에 있어 핑크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국여성민우회 나우 활동가는 “퍼플잡은 여성을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퍼플잡은 직업을 가진 여성도 가사 일일을 해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에서의 성별 분리를 공고히 하고, 성별 고용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된다. 나우 활동가는 “유연 노동 종사자는 전일제 근무자에 비해 의사 결정 구조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여성에게 단시간 노동을 권하는 것은 여성을 비정규직 노동으로 내몰 뿐만 아니라 가사와 양육을 여성에게만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의 노동법을 지킨다면 퍼플잡 없이도 여성 노동 문제는 개선할 수 있다. 나우 활동가는 “야근 등 연장 근무를 줄이고 법에서 정한 하루 8시간 근무만 지켜도 충분히 일과 가정을 돌볼 수 있다”며 “법에 보장된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불이익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공립 보육 시설을 확충해서 보육 문제를 해결하고 남성과 여성이 가사와 양육을 공평하게 분담하도록 해야 여성의 노동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박소원 기자 parksow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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