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집] 20대의 주거 현실, 대안은 없는가


지난 12일 청년 주거문제와 관련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로 문화연대 ‘진보복덕방’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미류씨, 우리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이자 주거 실천단이었던 권지웅(기계·07)씨와 높은 전세금을 안고 자취를 하고 있는 정현철(경영·08)씨가 한 자리에 모였다.

사회자(아래 사회): 먼저 각자 활동하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20대 주거권

△ 높은 전세금이 부담이라는 정현철(경영·08)
에 대해 느끼는 문제점 역시 다를 것 같다.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권지웅(아래 지웅): 총학생회(아래 총학)란 이름 아래 학생들이 주거권에 대한 문제를 얘기하고 6월 지방 선거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그동안 불로소득이나 잉여소득이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 되돌아감에 따라 점차 격차가 심해지는 모순적인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누구도 이를 표출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움직임은 학생들이 등록금에 한정돼있던 문제를 주거 문제로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미류: 최근 대학생들의 주거권이 사회적으로 주목 받게된 건 1인 가구의 비율이 20%를 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3~4인의 가구를 중심으로 이뤄져 사실상 1인 가구 주택 문제는 방치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같은 원룸을 공급하려 하지만 이 역시 1인 가구 소득에 비해 가격이 높아 한계가 있다.
정현철(아래 현철): 지난 2004년부터 계속 1인 가구로 생활하고 있는데 주거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반지하방을 얻어야만 했다. 사실상 대학생 주거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씨

공공임대주택은 동족방뇨격 해답?

사회: 최근 서울시에서 대학생 135명을 수용할 ‘유스하우징’을 만들고 서대문구는 임대주택을 2가구 정도 시범적으로 제공한다고 하는데, 공공임대주택이 주거난에 대한 해결책이라 생각하는가?
미류: 절대적인 임대주택의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생들만을 위한 임대주택은 ‘언감생심’이다. 그보단 지자체가 임대료 자체를 적정 수준에서 제한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택 정책과 관련된 예산이나 문제의 규모가 크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지웅: 공감한다. 처음 총학이 내세웠던 공약이 20대 임대주택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말이 되지 않는단 걸 알게 됐다. 서울 시내에 땅을 사고 건축물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인데다 서울시 예산에서 대학을 위한 재정은 극히 일부였다.
현철: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나, 저렴한 주거비 대출 같은 현실적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임대주택은 지금 사업을 시작해도 최소 5년 이상을 바라봐야 효과가 드러날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어려움에 처해있는 학생들에게는 즉각적인 보완책이 시급하다.

저금리 대출의 실현 가능성

△ 총학생회 부회장이자 주거실천단이었던권지웅(기계·07)씨

지웅: 미소금융과 얘기해 자취방 대출 제도를 또 다른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실행된다면 당장 힘들어하는 학생들은 30만원 이자에 1천만원 정도를 빌릴 수 있을 것이다.
미류: 그렇다. 주택금융정책은 주택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정책이 그동안 한국에서 왜 발달하지 못했는지도 동시에 인식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빌릴 수도 없는데 대출의 우선순위를 대학생들에만 한정 지을 순 없는 노릇이다.
지웅: 미류씨가 지적한 대로 대출제도의 대상으로 대학생들이 우선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장애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몫을 뺏어오는 것은 아닌지 한편으로 걱정이 됐다.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 유니온’이나 ‘두리반’ 같이 청년 문제를 고민하는 집단들과 함께 연대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네가 만드는 부동산 불패신화

사회: 설문결과를 보면 학생들이 집을 재테크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철: 주거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 같다. 현재 20대들은 부모 밑에서 편안하게 살아 왔기에 집에 대한 집착과 열망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웅: 총학이 ‘달팽이 빵’을 팔아 만든 기념비에 집을 투자수단이 아닌 주거공간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내재된 현실의 인식을 타파하고 싶었다. 집이 투자 대상이라는 인식과 이를 조장하는 사회가 부동산 불패신화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미류: 인식도 중요하지만, 제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일차적으로 내집마련을 촉진하는 정책들은 돈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20대의 이러한 인식은 자신의 꿈을 내집마련이라는 틀에 가둬 다른 꿈들을 실현할 수 없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처럼 주거권에 대한 연대나 대학생들의 문제제기가 계속 뻗어나가 정부의 정책과 만나는 지점을 찾다보면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박리나 기자 linapark@yonsei.ac.kr
사진 이다은 기자 winn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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