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이 말하는 부동산 디버블링으로 변화될 한국 경제와 20대의 미래

한 국가, 혹은 전 세계의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던 위기상황은 모두 ‘집’으로부터 비롯됐다. 지난 1990년대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집값이 반 이상 떨어지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해 왔고,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저금리로 인해 형성된 부동산 버블이 무너지면서 전 세계에 금융위기가 초래된 바 있다. 최근 중국,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보이는 부동산 버블의 붕괴 조짐과 동시에 2010년 초부터 급락한 부동산 가격은 우리나라도 부동산 버블 위기에서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위기와 관련해 최근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우리 경제의 상관관계에 대한 책 집필을 마친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씨에게 집과 20대의 미래에 대해 물어보았다.

1. 앞으로 출간될 『디버블링』의 핵심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10년간 형성돼 온 신자유주의와 토건경제*가 결합된 특수한 한국적 상황을 저는 ‘공사주의’라고 부릅니다. 경제가 성장돼가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누적된 거품은, 지난 1990년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디버블링이라는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집필한 책 『디버블링』은 부동산 거품이 현재에 비해 엄청나게 가라앉는 과정, 그리고 그 후에 다시 형성될 국민경제의 모습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본 책입니다.

*토건경제 : 거대 공사와 아파트 등 부동산이 중심이 되는 경제. 부동산이 재산 축적의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경제이다. 

2. ‘88만원 세대’라 명명하던 20대를 ‘탈토건 1세대’로 바꾸어 명명하게 된 배경을 알고 싶습니다.

한국 토건경제의 한 축인 아파트와 20대는 연관성이 그리 깊지 않습니다. 30대~40대가 ‘집’ 혹은 ‘아파트’라는 단어에 강한 집착을 보인 토건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20대는 ‘방’이라는 단어에 정서적 조응을 하며 아파트 투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패션에 대한 지출이나 자동차에 대한 지출도 지금의 20대에서는 확실히 많이 줄었는데, 이런 삶의 패턴을 우리는 ‘생태적 삶’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사실 지금의 20대는 자발적인 ‘생태적 삶’을 사는 것이 아닌, 그저 ‘가난’한 상태에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러한 삶도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생태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좁게 살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며 소비도 더 적게 하는 삶을 사는 것이죠. 결국 그들이 기성세대의 아파트 투기에 동참하지 않게 되면서 영원할 것 같은 한국의 토건 경제가 붕괴될 것인데, 그런 면에서 현재의 20대야말로 ‘탈토건 1세대’라고 할 수 있겠지요. ‘88만원 세대’가 그들에게 왔던 1차 충격이라면, ‘탈토건 1세대’는 그들이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충격을 주게 되는 2차 충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디버블링의 진행과정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이 현상은 어떻게 한국 사회와 20대의 삶에 영향을 미칠까요?

일본의 경우는 디버블링이 10년간 진행됐는데, 내부에서 특별한 노력이 없다면 당시의 일본 경제보다 여러가지로 취약한 한국의 경우는 10년 이상 디버블링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객관적 전망이겠지요.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일본엔 없었던 역동성이 있으니, 지금은 생각해낼 수 없는 전환점들이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적으로 저성장인 국면에서 어떻게 경제의 공공성을 높일 것인가, 그리고 토건 중심의 경제에서 어떻게 문화 경제 혹은 지식 경제로 전환할 것인가가 20대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좌우할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투기를 하지 않았던 20대가 이 디버블링 국면에서 직접 받게 될 경제적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워킹 푸어 현상과 20대의 주거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토건경제의 붕괴, 탈토건으로 변화될 앞으로의 한국 사회를 예견해 보신다면?

어쩌면 앞으로 1년 후에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던 지난 10년 동안의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될 것 같습니다. 불패의 전설이었던 강남 전설도 무너질 것 이고, 사교육의 상징적 핵심 권력이었던 대치동 권력의 지위도 변화하게 되겠지요. 이젠 더 이상 사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중산층들이 여유가 없어서 지금과 같이 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것 같습니다. 이 격동의 순간에서, 문화, 예술, 농업, 과학 그리고 언론의 자유와 같은 기본을 잘 세우는 일이 우리나라가 빈곤으로 인한 파시즘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창의성을 중심으로 1인당 국민소득 6만 불을 넘어선 나라들처럼 될 것인가를 결정할 것입니다. 결국은 이 공간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하는 20대들의 목소리가 우리 모두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한 번쯤은 ‘탈토건 1세대’라고 생각되는 20대들이 한국 사회 변화의 맨 앞에 서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그렇다면 20대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역시 저는 20대와 대학생이 역사 속에서처럼 다시 사회 변혁의 중요한 축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보다 더 많은 토론과 연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요. 수다스럽고 할 말이 많은 청춘, 신빈곤 시대의 젊음의 미덕을 가진 정치적 주체로 20대들이 등장해 월세보조나 사회적 임금 등의 이슈들에 대해 더 많이 주장하는 순간이 올 것을 기대합니다. 아마도 민주화 항쟁 시대의 연설이나 구호같은 형태보다는 ‘수다’라는 즐거운 방식이 등장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김유진 기자  lcholic@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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