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모르는 e스포츠계의 속사정

게임을 하면 말수가 없어지는 연돌이는 몇 시간째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연돌이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고 있다고 했으나 세순이의 눈에 연돌이는 한심한 게임의 노예로 보일 뿐이다. 세순이는 연돌이에게 게임 따위를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연돌이는 주장한다. “이건 단지 게임이 아니라 스포츠야.” 연돌이의 말이 사실일까?

e스포츠란 'Electronic Sports'의 줄임말로 사이버공간에서 정신적 능력을 활용해 승부를 겨루는 여가활동을 통틀어 지칭한다. 한국e스포츠협회(Korea e-Sports Association, KeSPA)에 따르면 e스포츠는 지난 2009년 대한체육회로부터 정식 체육종목으로 승인을 받았다. 연돌이의 말대로 주변에서 흔히 즐기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서든어택과 같은 게임도 모두 하나의 '스포츠'인 것이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정규 리그가 구축돼 있음은 물론, 방송중계도 활발해 e스포츠와 관련된 미디어 매체만 23개에 달한다. 게임을 본업으로 하는 프로게이머의 수는 400명을 돌파했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학내에서도 드러난다. 정기 연고전 기간에 함께 열리는 ‘사이버 연고전’은 지난 2009년 시작돼 올해 2회 째를 맞이했다. 종목은 스타크래프트와 카트라이더였다. 최근 단과대 축제 및 체육대회에서도 e스포츠 경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10월 29일 끝마친 공과대의 활천제에서도 e스포츠 대회가 열려 많은 학생들이 실력을 겨뤘다. 사과대는 특별히 ‘e사림제’를 실시해 호응을 얻었다.

e스포츠는 스포츠인 동시에 산업이기도 하다. e스포츠 전문 웹진 「포모스」의 심현 편집장은 “e스포츠는 단지 게임일 뿐이라고 하기엔 지적재산권 및 중계권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2 출시 사태’가 이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지난 7월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되며 e스포츠계에 논란이 일고 있는데,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 종목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이다.

새로운 게임 출시가 이례적으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KeSPA와 스타크래프트2를 출시한 ‘블리자드’사의 방송중계와 관련된 갈등 때문이다. 블리자드사는 중계 과정에서 이익을 얻어온 KeSPA의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스타크래프트2를 비롯한 자사의 모든 게임에 대한 독점중계권을 곰TV에게 넘겼다. 몇 번의 협상 시도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 같이 복잡한 상황에서 최근 스타크래프트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임요환, 이윤열 등 프로선수들이 잇따라 전향을 발표했다. 이들의 게임 종목의 교체가 문제시되는 것은 프로게이머들이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하면 KeSPA의 소속에서 벗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KeSPA는 현재 우리나라 e스포츠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단체로, 여기서 나올 경우 프로게이머의 자격을 잃고 아마추어로 활동해야만 하는데 이는 위험부담이 적지 않은 일이다. 요컨대 블리자드와 KeSPA와의 갈등, 이 둘 사이에 선 게이머들의 대응은 모두 산업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것이다.

이처럼 e스포츠의 세계는 생각보다 복잡하지만 프로게이머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즐겁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스포츠 경기다. 용산 아이파크몰 9층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찾은 대학생 이종환(19)씨는 “진짜 스포츠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e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미래 기자  elf_in_miwoo@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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