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건 발생 후 3년, 지금 태안에선?



지난 8일, 태안군 40대 이상 주민에게 지원키로한 암 검진 비용 예산이 기획재정부 심의에서 제외됐다. 예산은 지난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이 유출되면서 14명의 암 환자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14억의 규모로 계획됐다. 그러나 「대전일보」에 따르면 이 안건이 4대강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백지화됐다. 이어 「대전일보」는 태안 주민들이 국민의 불안감 해소와 건강을 지켜야 할 정부가 국민의 생명보다 4대강 사업을 중시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7년 12월, 삼성중공업의 예인선과 홍콩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가 충돌해서 엄청난 양의 기름이 유출됐고, 태안 앞바다를 까맣게 물들였다. 당시 123만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을 제거하려고 왔고, 3년만인 지금, 서해안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태안의 환경상태는 호전됐다.

하지만, 태안 주민들의 지역경제는 그렇지 않다. 어업과 양식업의 황폐화로 소비가 전체적으로 둔화됐고, 이로 인해 태안의 상권까지 마비됐다. 결국 어업과 양식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태안 경제 공동체가 붕괴된 것이다. 이렇게 경제의 순환고리가 끊어진 태안의 주민들은 지난 2008년 삼성중공업에 소송을 제기했다. 

오랜 법적 공방 끝에 나온 결론은 삼성의 승리였다. 삼성중공업은 56억 원을 보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는데 이것은 주민 한 명당 5만원 밖에 돌아가지 않는 금액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삼성이 아닌 보험사에서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직접 져야할 부담은 거의 없다. 당시 태안어민들의 변호를 맡았던 다솔 법률사무소 민병일 변호사는 “해상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선박소유자에게 배상책임을 일정액으로 제한하는 책임제한제도가 있다”며 “선박을 고의 혹은 무모하게 항해하지 않은 이상, 삼성은 이 제도 아래  배상해야 할 금액을 제한받는다”고 설명했다. 법정에서 몇몇 삼성 크레인선 선원들의 실수로 인한 사고였다고 판결난 상황에서, 주민들은 결국 자신의 생업이 위협받은 것에 대해 단 5만원으로 위로 받아야 했다. 

사실 삼성에서 이처럼 56억원밖에 보상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태안 주민들이 치명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nternational Oil Pollution Compensation Fund, IOPC 펀드)에서 태안 주민들에게 3천 억원을 지원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IOPC 펀드는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정책의 비호를 받는 정유사들에게 기금을 받아 유조선으로 인한 피해자에게 위의 제한된 보상금을 넘어선 일정 액수를 보상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태안 주민들에게 배당된 3천억원이 쉽사리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IOPC에 제출해야 하는 피해 감정 조사만 해도 1년이 넘게 걸리고, 정확한 증빙자료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 변호사는 “일부 펜션업자들을 제외하고는 아직 IOPC로부터 지급된 금원이 없다”며 “현재 IOPC에서 태안의 손해를 감정하고 있는데 금액이 합의되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IOPC에서의 금액 지급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조치로 지난 2008년 2월 제정된 「태안 특별법」 8조에 의거해 선급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특별법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위의 ‘선급금’은 국제기금 등에서 사정한 손해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기금에서 손해액 감정이 끝날 때까지 주민들은 한 푼도 손에 쥘 수 없게 된다. 선급금이라는 의미가 무색한 것이다.

태안의 ‘바다’는 이제 맑다. 낚시의 메카라는 명성에 걸맞게 올해는 바다 낚시에 최적인 ‘조금’ 물때를 맞아 태안군 근흥면 안흥항의 침선 낚싯배 15인승 10여척 이상이 예약됐다고 한다. 그러나, 맑아진 것은 태안의 물 뿐일까. 태안 주민들과 기업, 그리고 국가 사이 생긴 깊은 골에는 아직 새까만 기름때가 보인다. 

임서연 기자 guiyoomi@yonsei.ac.kr
그림 김진목
자료사진 중앙일보,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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