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월 월요일 맑음
학교 끝나고 집에 갔는데, 역시 오늘도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오늘도 친구들이랑 밤까지 놀았다. 놀고서 집에 들어갔더니 아빠가 무섭게 혼냈다. …… 아예 집을 나가버리면 더 행복해질까?

소년원 출신.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일단 색소년원 출신.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그들을 대한다. 그러나 뼛속부터 다를 것 같은 그들은 우리 사회가 외면한 곳에서 자라야 했던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안양여자청소년자립생활관(아래 생활관)에 살고 있는 ‘소년원 출신’ 정희영(20)씨는 “소년원에서 만난 학생들은 거의 모두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더라”고 말했다. 편부모 가정의 경우 생계 벌이에 대한 책임이 부모 한 명에 가중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녀는 무관심 속에 자라는 경우가 많다. 소년원 출신 아이들을 많이 만나본 생활관 문계요 관장 역시 기성세대의 잘못이 아이들로 하여금 소년원에 갈 정도의 비행을 저지르게 한다고 보았다. 문 관장은 “부모가 이혼을 해서 계모나 계부 밑에서 자라는 경우 자녀가 성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이혼한 아버지가 딸에게 성욕을 해소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친척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렵다. “친척들은 기본적으로 아버지 편이라 이 아이들을 문제아로 여기고 죄인 취급하거든요.” 즉, 의지할 곳이 없는 아이들을 기성세대가 밖으로 내모는 셈이다.

10월 20일 수요일 흐림
집을 나온 지도 10일이 돼간다. 친구 집도 이제는 더 이상 전전할 곳이 없다. 오늘도 PC방에서 밤을 새야하나? 휴. 돈도 다 떨어졌는데 어떡하지? 오늘 본 빈 집에 내일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가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소위 ‘비행 청소년’의 탈선이 이뤄진다. “집 나와서 살다보면 돈이 떨어지게 돼요. 그래서 돈을 구하려고 ‘나쁜 짓’을 하게 되는 거예요.” 소년원에 갔다 온 김민지(19)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많은 가출 청소년이 돈을 구하려고 빈집털이나 절도, 그리고 날치기 등의 범죄를 시작한다. 이런 일탈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돈을 구하기 힘들다. 이들은 법적으로 돈벌이를 할 수 없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행’생활을 하다가 만나게 되는 친구들과의 교류 역시 그들을 탈선으로 이끈다. 여러 소년원 출신 학생들과 일했던 이기범 오션베이커리* 실장은 “소년원 출신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지만 친구들과 어울릴 때 통제력을 잃는 것 같다”고 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혹은 친구들이 잡아줬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는 소년원 출신 허승진(가명)씨의 말은 이들을 내버려둔 사회의 무심함을 절감하게 했다.

그렇다면, 소년원이 이 아이들을 잡아줄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주위에는 소년원에서의 생활을 계기로 새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정씨는 “소년원에서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미용 자격증도 얻었는데 정말 다행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더 준비를 해서 네일아트샵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허씨 역시 소년원에서 배운 제빵 기술을 토대로 오션베이커리에서 알찬 삶을 살고 있었다.

허씨는 “소년원에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를 통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됐고, 성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색안경을 끼고 우리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던 정씨의 바람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오션베이커리 : 한국소년보호협회에서 지원하는 창업보육기업이다. 소년원에서 제빵 기술을 배운 청소년 중 희망자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김정현 기자 iruntoyou@yonsei.ac.kr
사진 박동규 기자 ddonggu77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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