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탄 사람이 신촌로터리를 지나가고 있다. 어. 가만 보니 아니다. 자전거 안장에 엉덩이를 올렸지만 페달 위에서 동력을 만들어야 할 발은 땅에 있다. 저 사람, 걷고 있다. “인도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차도엔 차가 붐벼서 자전거를 타고 가기엔 위험해요.” 김종훈(60)씨가 말한다. 김씨는 지난 6년간 신촌로터리를 지나 안산까지 자전거 하이킹을 했다. 그간 신촌로터리는 한결같이 자전거 라이더를 위협했다.


자전거를 사용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고, 건강한 몸을 가꿀 수 있지만 학생들의 자전거 이용은 오히려 방해받고 있다. 자전거 통학 범위 내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자전거로 통학하려면 한강 자전거도로를 지나고 서강대교를 건넌 후 신촌로터리로 진입해야 한다. 그러나 자전거 통학생들은 서강대교를 건너는 순간부터 위협받는다. “서강대교의 차들이 너무 빠르게 달려서 자전거로 건널 때 불안하다”는 장기봉(21)씨는 자전거도로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통학 길에 자전거도로가 없기 때문에 자전거 통학생들은 많은 불편을 겪는다. 기자가 자전거를 이용해 통학해 본 결과 서강대교 북단에서 우리대학교 중앙도서관까지의 2.92km의 거리를 주파하는 데 약 50분이 걸렸다. 자전거가 평균 15km/h로 달리는 점을 감안할 때 2.92km는 12분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지만 제대로 자전거를 탈 수 없는 환경 때문에 네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는 비단 신촌로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대학교 주변의 길 어디에도 자전거도로를 찾아볼 수 없고, 서대문구청도 역시 자전거도로를 확충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제대로 된 자전거도로가 없을 때 자전거 이용객들은 인도와 차도 사이에 난 좁은 길을 이용하기 쉬운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지면이 파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촌로터리와 연대앞길 등에 위치한 인도의 턱이 높기 때문에 자전거 이용객이 갓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위험하다고 느끼더라도 즉시 인도로 피하기 어렵다.

한양대학교 주변 도로의 경우, 경사진 지하도를 통해 자전거가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놓아 편리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서대문구청 교통행정과 김현수 주무관은 “신촌로터리의 경우 유동 차량이 너무 많아서 자전거도로를 만들기 힘들다”고 했다. 자전거도로를 만들게 되면 차도가 그만큼 좁아지게 되기 때문에 도로가 더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도를 줄이지 않고도 자전거가 유동적으로 다닐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있다. 한양대학교 주변 도로의 경우, 경사진 지하도를 통해 자전거가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놓아 편리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지하도를 지나던 김소기(19)씨는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넓기 때문에 평소에 이를 이용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자전거로 통학을 하면 땀을 많이 흘리게 되기 때문에 자전거로 통학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쾌적한 학내 샤워실이 필수적이다. 우리대학교에는 용재관과 백양관, 그리고 체육관 등에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이 있고 학생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샤워실 환경은 열악하다. 체육관에서 운동을 자주 하는 이정주(체교·09)씨는 “체육관에 있는 무료 샤워실에는 아주 뜨겁거나 아주 차가운 물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샤워를 해야 할 때 일부러 기숙사까지 가곤 한다”고 밝혔다.


자전거로 통학하는 것과 더불어 학내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도 학생들에게는 먼 얘기다. 우리대학교는 그린캠퍼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전거 이용을 확산시키겠다고 했지만 관련 사업 중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없다. 전제범(정외·06)씨는 “우리대학교가 전체적으로 언덕이 많기 때문에 자전거로 올라가는 것이 어렵지만 이동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자전거를 탄다”고 말했다. 전씨는 우리대학교의 경사진 지면보다 연희관 및 상대본관 등 학교 상단부에 자전거 거치대가 없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우리대학교에는 중앙도서관과 삼성관 등 6개 곳에만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그 중에는 지붕이 없는 거치대도 있어, 보관된 자전거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6개의 자전거 보관소 중 도난을 방지할 수 있는 CCTV가 설치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전거는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총무처에 자전거 도난 신고는 한 달에 한두 건 접수된다. 그러나 신고 되지 않는 자전거 도난 사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기자가 중도 앞 자전거 보관소를 찾았을 때도 본체는 사라진 채 자전거 바퀴만 덩그러니 거치대에 묶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학내 자전거 대여 운영 시범대학으로 선정된 건국대학교

학내 자전거 대여 운영 시범대학으로 선정된 건국대학교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누비고 있어 우리대학교와 대비됐다. 건국대학교 정경욱(수학교육·05)씨는 “학내에서는 차가 천천히 다니기 때문에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했다. 오는 20일에 공공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착공하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은 더 좋아지게 된다. 공공자전거 대여 시스템은 학생들이 무료로 학내에서 공용 자전거를 빌려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자전거 도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적극 권장할 수 있다.


“안 된다.” “반발이 심하다.” “어렵다.” 우리대학생들이 자전거를 마음 편히 탈 수 없는 이유를 물으면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우리대학생들도 마음 편히 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어려워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린캠퍼스를 지향한 우리대학교의 진정한 방향이 아닐까.


김정현 기자 iruntoyou@yonsei.ac.kr
 사진 김민경 기자 penny9109@yonsei.ac.kr
그림 김진목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