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10년 넘게 방안에서 음소거 된 TV만 보면서 살 수 있습니까? 영화 ??올드보이??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 붕어처럼 뻐끔거리는 주인공들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저소득 난청 노인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70세 이상 노인의 50%가 난청을 겪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은 어쩔 수 없이 말 없는 TV의 주인공들을 하루 종일 바라봅니다. 정부에서 집과 생활비까지 지원하지만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늘 사람을 그리워하며 골방에서 여생을 보냅니다.
‘돈이 없어 듣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기업이 바로 청년 소셜 벤처 ‘딜라이트’입니다. 최소한 TV에서 나오는 사람의 목소리만이라도 듣도록, 노인 분들을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람이 되지 않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소셜 벤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벤처 기업입니다. 1회성의 봉사활동이 아니라 이윤창출과 사회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계속적 기업 활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150~500만 원에 이르는 시중의 보청기를 구매하지 못하는 저소득 난청 노인을 위해 딜라이트는 34만원의 가격으로 보청기를 제공합니다. 유통 과정과 마케팅의 혁신을 통해 가격을 절감한 것입니다.

사업의 의도는 좋게 평가받지만 우리는 많이 부족한 청년들이기에 끊임없이 시험받습니다. 벤처 캐피탈 투자 평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심사부터 딜라이트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검증까지 시험의 연속입니다. 저를 비롯한 동료들은 주위의 친구들처럼 영어 공부, 교환학생 등 스펙을 쌓는 데에는 젬병입니다. 계속된 시험 때문에 힘든 고비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의 초라한 대학생활을 되돌아보고 약해질 때가 많습니다. ‘왜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가지게 됩니다. 이렇듯 약해빠진 우리에게 최근에 의미 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습니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캐피탈 회사와 자주 접촉하게 됩니다. 한 벤처 캐피탈 회사 관계자와 몇 달 동안 만난 후에 최종결론을 내리는 날이 왔습니다. 어려운 일이었기에 결과는 예상대로 잘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함께 실망과 피곤에 찌들어 새벽 5시 무렵에 다 같이 잠에 골아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몰골이 엉망인 채로 부랴부랴 출근하여 노컷뉴스 김수영 기자님과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며칠 뒤 기사가 인터넷에 나고 많은 분들이 전국에서 우리를 응원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할 일을 대신해줘서 고맙다’는 말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한동안 잠도 오지 않을 정도로 들떴고 우리가 왜 소셜 벤처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더욱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청년 소셜 벤처의 딜라이트의 성공은 한국 청년들이 사회에 대해 가슴에 묻어놓은 애정과 열정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은 늘 정치적 이념논란을 겪으며 순수성을 잃습니다. 청년은 함부로 정의를 얘기하지 못하고 꿈은 돈으로 치환돼 갑니다. 여러 제약 때문에 마음속 뜨거운 불덩어리가 있어도 쉽사리 드러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소셜 벤처는 그 뜨거움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익추구로써 이념과 무능함을 넘어서고 가치추구로써 사회적 명분을 얻기에 사회문제를 떳떳하게 제기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청년 소셜벤처 딜라이트의 성공은 청년의 성공이며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한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없어 듣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이 없는 세상’을 위해 오늘도 파이팅이 아닌 딜라이팅!을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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