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

최근 국무총리를 위시한 정부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무수한 말들을 남기면서 막을 내렸다. 정부의 주요 공직자가 대부분 물갈이 되는 와중에 이뤄진 청문회이다보니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은 여느 정치 사안처럼 금세 실망으로 바뀌어 버렸다. 정부가 내세운 인물들은 저마다 화려한 ‘이력’들을 자랑했지만 결국에는 거짓말에 거짓말을 거듭했다. TV를 통해 전국민에게 생중계되는 자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국민들은 화면을 보며 장탄식을 멈추지 않았다.

국민의 대표자라는 사람들을 검증하는 자리가 마치 죄인을 심문하는 자리가 된 모습이었다. 그 본래의 의미는 퇴색된 채 끝없이 불거져 나오는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비판과 질타의 목소리만 흘러나오는 자리가 돼버린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빚어지게 된 것일까?

답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바로 ‘청렴’이라는 키워드의 부재 때문이다.

이런 ‘청렴 부재 현상’은 대학 사회 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복지를 책임져야할 대표자들인 한 단과대 회장과 또 다른 단과대 부회장이 아무 거리낌없이 수업 관련 비리 의혹이 있는데도 이에 대한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다. 학문의 전당으로 가장 청렴해야한다고 여겨지는 대학 사회에서도 대표자들의 자성과 청렴이 실종된 모습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가청렴위원회’, ‘청렴 서명 캠페인’ 등 우리 사회는 잃어버린 청렴을 되살릴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실효성이 없어보이는 ‘미약한’ 몸부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는 고위직부터, 대다수 학생들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는 학생 대표들까지 누구하나 스스로 청렴을 마음속에 간직하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와 청렴과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인사 청문회와 단과대 학생 대표들의 사례를 보며 이를 다시 한 번 뼈져리게 느끼게 됐다. 그들의 심도 깊은 반성과 그들의 모습을 통한 사회와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기를 기대해본다.

이종호 편집국장 phillie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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