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음악회, 갈라 …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예술계의 다양한 시도

“뭘 더 해야 대중들이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을까요?”

지난 19일 MBC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지휘자 금난새의 고민이다. 그런데 그 혼자만의 고민은 아닌 듯하다. 최근 클래식 음악, 발레, 오페라 등 일반 대중과 거리가 멀었던 예술 장르들이 ‘대중화’에 주목하고 있다.

대체로 예술을 이해하고 향유하려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대중은 예술에 대해 ‘어렵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됐고, 이를 타파하고 대중화를 꾀하기 위해 예술가들이 찾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해설이다.

공통 키워드는 ‘해설’

제일 활성화된 것은 클래식 해설음악회다. 작품을 연주한 후 해설을 덧붙이는 식으로 진행되는 음악회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 많아 방학숙제용 음악회라는 편견도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인식이 변하며 관객층이 넓어지고 있다. 예술의 전당 음악부 기획파트 유연경씨는 “알기 쉽게 풀어서 해설하되 그 내용에 깊이가 있어 클래식 입문자들 모두가 즐길 수 있다”며 “관객층도 이제는 1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해설음악회도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한 ‘11시 음악회’가 그 예다. 유씨는 “11시 음악회는 매회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타 지방의 음악당에서도 이 음악회의 형식을 따라 비슷한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객들의 호응을 반영해 예술의 전당에서는 또 다른 해설음악회를 기획하고 있다. 유씨는 “하반기에는 ‘토요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주 5일제를 겨냥해 더 다양한 관객층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줄이고 풀어서 좀 더 가까이

클래식 음악회보다 더욱 대중과 접점이 적은 오페라와 발레에서도 해설을 통한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공연 시간이 길어 관객들이 지루해하는 점을 몇몇 작품의 하이라이트 부분만 모아 공연하는 갈라*의 형태로 해결했다. 이러한 갈라에 다시 해설을 곁들여 관객들과의 거리를 더 좁혔다.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발레는 무언극이라는 특성 때문에 발레 동작과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극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 국립발레단의 최태지 단장은 “이에 대한 해설을 제공함으로써 초심자도 발레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전막발레**가 2시간 30분 정도에 걸쳐 진행되는 데 반해 공연시간을 1시간으로 줄여 관객들의 지루함 또한 덜었다.

지난 4월에는 처음으로 전막발레 『코펠리아』를 해설과 함께 무대에 올렸다. 이는 하이라이트만을 모은 갈라와 달리 간략하게 줄이긴 했지만 전체 줄거리를 모두 담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였다. 최 단장은 “더 지루해지기 쉬운 전막발레였음에도 불구하고 8회 전석 매진이라는 결과를 냈다”며 “발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노려라

이 같은 해설을 통한 대중화 외에도 예술계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나이 지긋한 상류층만 즐기는 문화라는 인식을 타파하려는 노력과 함께, 대중이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와 공연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젊은 관객들의 잠재성에 주목한 음악 예술계는 그들의 취향에 맞춰 특이하고 흥미로운 형식의 공연을 하거나, 동세대인 젊은 음악가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앙상블 디토’가 그 대표주자로, 이들은 2, 30대의 젊은 연주가들로 구성돼있는 실내악*** 그룹이다. 앙상블 디토는 홍대 앞에서의 클래식 연주회, 화보촬영, 뮤직 비디오 제작 등의 화려한 마케팅으로 젊은 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9년 공연에서는 미디어 아트와의 접목으로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여 늘 비슷비슷했던 클래식 음악회의 틀을 깼다. (주)크레디아의 공연기획팀 이소정씨는 “오는 6월 22일부터 7월 4일에 걸쳐 열리는 ‘디토 페스티벌’에서는 디지털 영상과 공연의 접목이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 더욱 참신하고 획기적인 시도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앙상블 디토는 클래식 연주 그룹으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로 청중의 연령층을 10대까지 내리고 열광적인 팬 층을 형성해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클래식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젊은 세대의 지지를 성공적으로 얻어 클래식의 저변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다양한 통로를 모색하다

공연에만 국한됐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대중과의 접점을 늘렸다. TV를 통해서는 오케스트라를 소재로 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클래식 돌풍을 일으켰다. 현악 4중주 그룹 ‘콰르텟엑스’의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씨는 TV는 물론 책, 라디오 등 매체를 더욱 다양화했다. 지난 2008년, 2009년에 예당아트TV에서 그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를 마치며 동명의 책을 출간했다. 그는 제목이 없는 곡에 그 나름대로 제목을 붙인다던지, 실생활 속에 스며든 클래식을 소개하는 식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조씨는 다양한 매체의 활용에 대해 “대중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어 공연을 하는 것보다 반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별히 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찾는 것도 좋지만 가까이 있는 광고나 영화에서 나오는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지라”며 “그렇게 시작해서 더 알아보고 듣다보면 클래식의 매력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접근을 거부하는 듯 보였던 예술가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우리에게 다가오려 하는 그들의 손을 잡고 망설임 없이 예술의 세계로 빠져보자.

*갈라: 축제, 향연 등의 의미. 관중들에게 평이 좋았던 공연들의 하이라이트를 다시 보여주는 공연을 일컫기도 함.
**전막발레: 여러 작품의 부분을 따오는 갈라 형식이 아니라 한 작품 전체의 막을 온전히 공연하는 발레.
***실내악: 한 악기가 한 성부씩 맡아 연주하는 기악 합주곡.

<끌리는 당신을 위해, 첫경험으로 적절한 공연모음>

2010 디토 페스티벌
일시: 6월 22일~7월4일
장소: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호암아트홀
출연: 앙상블 디토, 피아니스트 임동혁,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등
티켓: 오프닝 콘서트 R 16만원, S 12만원, A 8만원, B 4만원
 디토 프렌즈Ⅰ,Ⅱ/BOHEMIAN R 7만원, S 5만원, A 3만원 
 리사이틀Ⅰ,Ⅱ/디토 오디세이/GREAT BRAMHS  R 5만원, S 3만원
예매: 클럽발코니(1577-5266, www.clubbalcony.com

롤랑프티의 밤(아를르의 여인, 젊은이의 죽음, 카르멘)
일시: 7월 15일~18일
장소: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출연: 국립발레단
티켓: VVIP 12만원, VIP 10만원, R 7만원, S 5만원, A 3만원, B 1만원, C 5천원
예매: SAC Ticket((02)580-1300, www.sacticket.co.kr)

2010 예술의 전당 청소년 음악회
일시 : 5월~11월 토요일 오후 5시 (총 6회)
 (5/15, 6/19, 7/17, 9/11, 10/16, 11/20)
장소: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해설: 지휘자 성기선, 피아니스트 김정원
티켓: 일반 1만5천원, 청소년 1만원
예매: SAC Ticket((02)580-1300, www.sacticket.co.kr)

이재은 기자 jenjenna@yonsei.ac.kr
일러스트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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