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 선정 기준도, 생태 전문가도 부재…체계적인 수목 관리 필요해

청송대는 키낮은 수풀이 없고 인공적인 면모가 많아 생태적 가치가 낮다.

백양로에는 백양목이 없다. 백양로는 만들 당시 백양목이 심어져 그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수명을 다한 백양목이 베어진 지 어느덧 50년이 지났다. 현재 백양목의 자리는 은행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병충해가 적고 유지관리비가 낮아 가로수로 적당한 수목이지만 유독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악취 나는 열매는 노란 은행나무 잎을 보는 즐거움을 괴로움으로 바꿔놓는다. 열매가 백양로를 덮을 때마다 조경을 담당하는 관재처 관재팀은 은행나무가 악취 때문에 골치라고 말한다. 학교는 매년 외부 인력을 동원해 떨어진 열매를 수거한다. 밤에는 지역 주민들이 몰래 열매를 주워가기도 한다. 때문에 열매를 맺는 암나무는 가로수로 적당하지 않다. 문제는 열매가 열리기 전까지 암수 구별을 할 수 없어 수나무만 가로수로 골라 심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학내 조경은 자연적인 모습을 추구하지만 인공적일 수밖에 없는 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학내 조경은 수목의 선택부터 관리, 학내 녹지화까지 포괄한다.

수목 선정 기준, 관련 위원회 전무(全無)

학내에 건물이 들어서 인공적으로 조경을 하는 만큼 수목 선정과 관리에 대한 기준은 필수다. 그러나 우리대학교 캠퍼스에 심어진 수목들의 수종 선정 기준은 없다. 수목 선정 기준이 없다는 점은 우리대학교의 수목관리 방침 때문으로 보인다. 학교의 수목관리 방침은 ‘유지·보수’다. 현재 심어진 수목들의 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새롭게 조경을 개편하는 일이나 자연적인 녹지를 늘리는 일은 학교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학내에는 건물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을 하면서 새롭게 조경을 조성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공사를 앞둔 건물들의 조경은 외부 업체에 의존한다. 건물의 전체적인 모양과 쓰임새에 따라 설계업체에서 수목의 종류와 위치를 선정해 설계하는 것이다. 다만 조경을 담당하는 관재팀의 실무자들이 수목의 △유지관리비 △병충해 내성 △건물의 장소 등을 고려해 의견을 개진하고 설계에 부분적 수정을 가할 뿐이다. 때문에 학내 수목의 종류는 단일하지 못하고 건물과 장소마다 제각각이다.

지난 2003년 연세환경포럼에서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우리대학교 조경에 대해 ‘여러 수목이 혼재해 통일성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에 관재팀 박현식 과장은 “수종을 단일화 하는 것은 자연적인 모습이기 보다는 부조화스럽게 보이지 않느냐”고 말하며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남부지역 수종이 올라오고 있고 이 수종들을 심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제의식은 다르지만 연세환경포럼과 관재팀 모두 수목 선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을 표한다.

농약의 필요성과 위해의 충돌

수목이 우거지는 여름이면 캠퍼스에는 잔디와 나무에 농약을 치는 근로자가 눈에 띈다. 보호 장구 없이 살포 장비를 메고 있는 근로자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인다. 그 주변을 지나가게 되는 학생의 건강 역시 우려된다. 이렇게 살포 장비를 통해 농약의 희석액을 직접 분사하는 방식은 직접방제다. 박 과장은 “우리대학교는 살충제와 제초제를 연 2~3회 직접방제를 한다”고 밝혔다. 이 방법은 비용이 저렴하고 효과가 좋다. 그러나 희석액이 공기 중에 날리기에 자칫 사람에게 날아갈 우려가 있다. 농약은 희석돼도 여전히 독성이 있어 학생과 근로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3년 전 우리대학교는 간접방제도 도입했다. 간접방제는 ‘로멕틴’, ‘어드마이어’ 등의 약제를 수간주사하는 방식이다. 수간주사는 나무에 조그만 병을 꽂아 병충해 약을 주사하는 것이다. 농약이 비산될 우려가 없고 소나무재선충* 등의 병해를 막을 수 있어 선호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소나무재선충을 막기 위해 피해 지역의 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모두베기를 권장하고 있다. 비용이 적은 대신 효과가 좋고 환경에 악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내 조경은 자연림이 아닌 인공림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지역마다 소나무재선충이 유행하면 그 지역의 수목을 베어내면 되지만 학내에 모든 수목을 베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학내의 농약 사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농약 사용 방식 중에서 간접방제를 최선으로 볼 수도 있지만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조경에는 예산이 적게 배당된다. 이러한 비용 문제로 인해 학내 전역에 간접방제를 실시할 수는 없어 소나무 등의 일부 수종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이외에도 환경 친화 방제와 천적을 이용한 방제 등의 방식이 있지만 비용이 높고 효과가 적어 사용되지 않는다. 병충해 예방을 위해 농약을 사용하더라도 직접방제보다는 간접방제를 선택하고 농약 사용의 증가보단 감소를 지향해 자연과 인간 간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과 조화 이루는 캠퍼스, 아직은 멀다

우리대학교 그린캠퍼스 정책 중에는 ‘학내 녹지화’가 포함된다. 그러나 현재 관련 정책은 전혀 추진되지 않았다. 자문기구인 그린캠퍼스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가 학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진위 산하에는 생태 및 환경에 관한 친환경 분과위원회가 있다. 그러나 친환경 분과위원회도 전문가가 부재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장 신의순 교수(상경대·자원경제학)는 “신촌캠퍼스(아래 신촌캠)에는 생태 및 환경 전문가가 없어 캠퍼스 녹지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 및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공학과 등 관련학과가 존재하는 원주캠퍼스는 추진위를 따로 가지고 있다. 신촌캠은 학내 조경과 생태에 관한 조사를 하기 위해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정책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전문가의 부재 속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추진위는 ‘건물의 신축과 리모델링 과정 중 녹지 훼손을 지양하자’는 건의를 할 뿐이다. 학내의 환경과 녹지가 훼손돼도 이를 막을 기구나 통로는 전무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환경을 생각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있다. 녹색회 회장 하얀(철학·06)씨는 “청송대는 원래 자연적인 숲이었다고 들었다”며 “학교에서 관리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아는 청송대가 됐다”고 말해 학내 자연공간에 대한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지난 3월 부분개교한 국제캠퍼스(송도)(아래 국제캠)는 조성 초기 단계에 있기에 녹지화 정책이 가장 필요한 곳이다. 그러나 시범적으로 비오톱 시설을 설치한 것 외에 국제캠에 아직 녹지화 정책은 추진되지 않았다. 국제캠 총괄본부가 사실상 총괄해 신촌캠의 수목 관련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신촌캠에도 녹지화 정책이 무력한 가운데 국제캠의 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 역시 높다.

인간은 환경 밖에서 살 수 없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조경과 녹지화에 신경쓰는 일은 캠퍼스 외관의 개선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환경을 정비해 환경 속에 속한 우리를 돌보는 것이 목표다. 수목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실질적인 녹지화 정책이 없다면 학교는 허울뿐인 그린캠퍼스로 남을 것이다.

*소나무재선충 : 솔수염하늘소를 통해 소나무, 잣나무 등에 옮겨가 기생해 나무를 갉아먹는 선충이다.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해충이다.

김동현 기자 dh7000cc@yonsei.ac.kr
사진 박민석 기자 ddor-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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