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과 결혼, 멀고도 가까운

연세인들이 생각하는 결혼적령기는?
63.4%의 학생들이 29~32세를 꼽았다. 대학생들의 나이는 넉넉히 잡아도 대체로 20대 후반을 넘기지 않으니, 대학생들에게 결혼이란 막연하거나 일부만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대학생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결혼과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사례들을 소개한다.

사례1. 나이 많은 연인의 은근한 압박

23세인 이지혜(가명, 피아노·08)씨는 일곱 살 많은 직장인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다. 이씨는 20대 후반에 결혼을 생각하고 있던 터라 남자친구가 친구들의 결혼식 이야기를 하며 넌지시 떠볼 때면 난감하기만 하다. “남자친구와 같이 사는 상상을 해보는 건 설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씨처럼 나이차가 있는 상대와 연애 중인 주변의 친구들도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고 한다.

사례2. 결혼 재촉하는 부모님

한국외대 박민호(가명, 불문·04)씨는 1년 조금 넘게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27세인 박씨는 군복무와 휴학으로 아직 학생이지만 부모님이 경제적인 지원은 해줄 테니 일찍 결혼하라고 하시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는 이미 졸업해 교사로 취직해 있다.

김보영(심리·07)씨는 지난 15일 결혼식을 올렸다. 교회에서 만나 5년 째 교재하고 있던 남자친구와 지난 9월 결혼 얘기가 나왔는데 평소 양가의 인정을 받던 사이니 만큼 “부모님이 더 좋아하셨다”고 한다. 처음 김씨는 좀 더 늦게 결혼을 할 생각이었지만 “어차피 결혼할 거라면 연애 기간은 낭비이지 않냐, 신혼생활을 연애하듯 해라”는 어머니의 말에 마음을 바꿨다.

어떤 부모들은 대학생 자녀를 결혼정보회사에 가입시키기도 한다. 결혼정보회사 ‘레드힐스’의 하지원 팀장은 “대학생들의 가입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며 “부모님이 등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말했다. ‘듀오’의 이명길 커플매니저는 “부모님이 의지가 있고 본인도 동의하니 오는 것”이라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대학생 회원은 모두 여자인데 남자 대학생은 무직이라 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례3. 학생이지만 이미 결혼생활  n년차

경희대 김아리(한의학·08)씨는 결혼 반 년차다. 아직 2학년생이지만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들어갔다 온 거라 나이가 적지는 않다. 같은 과 동기와 7년 동안 결혼을 전제로 만나왔는데 김보영씨 사례와 마찬가지로 양가 부모님들의 재촉으로 지난 1월 식을 올렸다. 남편은 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아리씨는 “학과 특성상 공부할 게 많아 집안일과 학업 모두를 챙기는 게 힘들긴 하다”면서도 “확실히 안정감이 들고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35)씨는 늦깎이 대학생이다.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올해 결혼 4년째를 맞는다. 김씨는 살아온 배경이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결혼해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며 얻은 것으로 “두 아이들과 나도 몰랐던 내 단점을 이야기해줄 진실한 동반자”를 꼽았다.

기사에서는 지면의 한계상 세 가지로 묶어 소개했지만 현실에는 이밖에도 수많은 관계, 그리고 관계마다 다른 사연이 있을 것이다. 결혼을 거부하는 것도 하나의 관계일 수 있다. 대학생인 당신, 당신이 결혼과 맺고 있는 혹은 맺게 될 관계는? 

정지민 기자 anyria@yon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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