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등록금 책정 근거 공시됐지만 부실한 내용만 있어...투명한 예산공개 필요

지난 4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학년도 △대학 등록금 현황 △학생 1인당 교육비 산정근거 △시간강사 강의료를 공시했다. 공시는 대학정보공시센터가 운영하는 ‘대학알리미’를 통해 이뤄졌다.

학교명

입학금

등록금
(수업료+기성회보)

가톨릭대
제2캠퍼스

88만

940만

연세대

101만 8천

907만 5천

추계예술대

80만

895만 1천

이화여대

97만 6천

881만 9천

숙명여대

95만 2천

864만 4천

한양대

96만 9천

849만 6천

홍익대

99만 6천

834만 9천

고려대

103만 1천

831만 7천

삼육대

83만

830만 2천

상명대

94만 2천

826만 4천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입학금, 등록금 현황.
우리대학의 등록금 규모는 가톨릭 제2캠퍼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대학교의 연간 등록금은 907만 5천원으로 서울 소재 사립대학 중 2위로,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천362만원으로 서울 소재 사립대학 중 1위로 집계됐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지난 2008학년도의 교비회계와 산학 협력단 회계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이 중 대학 등록금 현황을 제외한 다른 항목들은 지난 2009년 5월 8일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아래 정보 공개 특례법) 제6조 8의2항 ‘등록금 및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산정근거에 관한 사항’에 근거한 것이다. 개정 당시 객관적인 등록금 산정 수치로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을 유도했지만 실제 공시 결과 의미 있는 수치가 적어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시를 통해 우리대학교의 등록금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시에 의하면 2010학년도 전체 사립대학 등록금 평균은 754만원으로 전년대비 1.6% 인상됐다. 우리대학교의 등록금은 서울 소재 사립대학 중 2위인 907만 5천원으로 전체 사립대학 등록금 평균보다 153만원 높은 수치다. 또한 대학 별 규모를 고려해봤을 때 사실상 우리대학교가 서울 소재 사립대학 중 등록금 1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알리미’에서 서울 소재 사립대학 중 등록금 1위를 기록한 가톨릭대학교 제2캠퍼스는 의학 관련 학과만 존재하고 있다. 타 학과에 비해 의학 관련 학과들이 등록금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재학생이 3만 명에 육박하는 종합대학인 우리대학교가 등록금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우리대학교에서는 등록금 평균 산출방법에 문제를 제기했다.

기존 교과부의 산출방법은 학과 수 가중평균 방식으로 재학생 수와는 관계없이 학과 별로 등록금을 산정해 평균을 내는 방식이었다. 우리대학교에서는 이 방법이 “재학생 수를 고려하지 않은 방법이기에 학생들의 실질적 부담액이 산출될 수 없다”며 학생 수 가중평균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오 기획실장(법과대·법철학)은 “UIC, 음대와 같은 특수 학과의 등록금 역시 고려해야 한다”며 “애초 산출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교과부에 문제제기 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서울 소재 사립대학 중 1위를 기록했지만 실제 교육 수준 역시 높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교비회계와 산학 협력단 회계를 더한 후 그 합을 재학생 수로 나눈 수치다. 계산법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다는 것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예산의 규모가 크다는 것과 산학 협력으로 인한 이익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등록금으로 인한 수입 역시 교비회계에 포함되기 때문에 등록금이 높은 대학은 그만큼 교비회계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 이는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다는 것이 꼭 학생이 수혜 받는 교육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학생이 수혜 받는 교육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육비의 규모가 아닌 교비회계 내에서 학생을 위해 어느 정도 규모의 예산을 사용하는지, 그 쓰임새가 효율적인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일례로 포항공대는 6천370만원으로 전국 사립대학 중 학생 1인당 교육비 1위로 기록됐다. 물론 학교 재정과 산학 협력 예산이 높아 1위로 꼽혔지만, 재학생이 우리대학교의 1/10에 불과하다는 점 역시 크게 작용했다. 종합대학에 비해 적은 숫자이기에 학생 1인당 교육비가 타 대학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게 산정된 것이다.

한편 학생 1인당 교육비 산정 근거에서 긍정적인 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 중 우리대학교의 산학 협력 회계가 약 2배로 높았다. 기부금 이외에도 산학 협력의 이익이 많아진다면 학교 예산 수입이 증가해 학생이 부담하는 등록금의 비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시가 실질적으로 등록금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인지도 미지수로 남아있다. 지난 2009년 5월 정보 공개 특례법의 일부 개정안을 제안한 의원들(대표 권영진 의원)은 “2003년 이후 5년간 대학 등록금의 평균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을 훨씬 상회하고 대학이 등록금의 산정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교육수요자의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개정 이유를 밝히고 “대학 측의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을 유도하려 한다”는 제안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시 자료는 제안 취지와는 맞지 않게 뭉뚱그려진 숫자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또한 학교 예산인 교비 회계 항목과 산학 협력단 예산 내역은 이미 공개된 것이어서 이번 공시는 기존 자료를 분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 개정의도에서 나타난 ‘합리적인 등록금 정책 유도’에 부합하는 적절한 자료는 공시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등록금 정책에는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등록금 책정 근거 역시 몇 개 항목과 기존 예산 수치만이 공시돼 기존 자료와 큰 차별성을 가지지 않는다. 책정 근거 자료 중 등록금 책정의 기본 방향은 △물가 인상률 △타 대학 등록금 수준 △기성회비 증감률 등 12개 항목에 ‘예’ 혹은 ‘아니오’로 단순 표기돼 공시된다. 등록금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칠만한 자세한 자료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중 우리대학교는 사립대학이기에 기성회비 증감률은 해당 사항이 없다. 단지 타 대학 등록금 수준에 ‘아니오’로 대답해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답했다는 것이 특이사항이다. 또한 책정 근거에서 우리대학교는 2010학년도 세출 예상액 3천 600억으로 잡고, 세입 3천 563억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해 세입 부족액이 95억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수치는 기존의 학교가 등록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적자 예산으로 학기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한편 우리대학교는 점진적으로 교육 원가 산정을 위한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 2월 우리대학교 예산팀은 “대학들이 교육 원가 산정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교육 원가를 바로 내놓을 수는 없다”고 밝히고 “정확한 예산과 교육 원가 산정을 위해 외부 컨설팅 업체와 함께 기본사항을 파악 중이다”라고 진행 상태를 밝혔다. 또한 예산팀은 “그 기간은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부총학생회장 권지웅(기계·07)씨는 “예산팀에서 교육 원가 산정 관련 TFT(Task Force Team)를 구성한 것을 총학생회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다”며 “국가 지원과 기업 기부금 등 항목들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면 원가가 높게 측정될 우려가 있기에 등록금 인상 근거로 이를 사용할 수 없도록 주시하고 총학생회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등록금 관련 단체인 ‘등록금넷’과 ‘참여연대’ 등은 정보 공개 특례법의 일부 개정으로 인해 등록금 관련 논의가 진전되길 바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번 공시의 자료는 기대된 정도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앞으로 등록금 관련 논의가 진전되기 위해선 학교는 보다 자세한 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 교육 원가 산정 관련 시스템이 구축되고 학교 본부는 예산 내역을 투명하게 밝혀 학교 회계는 물론 등록금 관련 논의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어야 한다.

김동현 기자
dh7000c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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