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현행 선거법이 선거일 전 180일 (약 반년)동안 후보자들에 대해 ‘글’로써 반대 또는 지지하는 것을 불법화하고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총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바로 이 규제가 트위터, UCC, 벽보, 현수막 등에 공히 적용되고 있다. 도대체 선거전 반년이라는 황금같은 기간 동안에 국민들이 후보자들에 대한 토론을 하지 않고 어떻게 선거에 의미있게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러한 규제의 근거는 “금력, 권력, 폭력, 학연, 지연, 혈연”에 의한 “과열”선거의 예방이라고 한다. 그러나 “금력”은 선거자금 규제로 “권력”은 공무원의 공무 상의 중립성에 대한 감시로 “폭력”은 형법으로 막으면 된다. 국민들이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없으면 기존의 사회질서 상의 우위 즉 “학연, 지연 및 혈연”를 가진 자들에게 도리어 유리하다. 광고를 규제하면 할수록 광고없이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대기업들에게 유리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위 조항은 불공정선거를 막는데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고 도리어 불공정을 조장하면서 서민들이 후보자들에 대해 의견교환을 하지 못하도록 하므로 위헌이다.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는 자신에 대해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의 대표자들을 뽑는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위 규제는 바로 표현의 자유의 핵심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규제는 인터넷실명제와 합쳐졌을 때 그 파괴력이 가공해진다. 공직선거법 상의 별도의 실명제가 있지만 이는 선거관련 게시판에만 적용되는 것이며 일반 인터넷실명제는 일일사용자 10만명 이상의 모든 게시판에 적용되므로 적용범위가 훨씬 넓다. 누구든 후보자 비판지지글을 이러한 게시판에 올리기만 하면 수사기관은 실명제를 통해서 영장도 없이 손쉽게 작성자를 확인하여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실명제는 그 자체로도 위헌이다. 국민은 헌법 제17조 상의 사생활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는 형사소송법 제215조와 같은 “범죄수사에의 필요성”과 같은 특별한 공익이 있는 경우에만 사생활의 공개를 강제할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이나 주민번호 같은 신원정보도 당연히 사생활로 보호된다. 이러한 이유로 불심검문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물론 실명제를 통해 명예훼손적 댓글에 대한 구제를 용이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를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제와 금융실명제는 사기 및 탈세의 위험성 때문이다. 자동차에 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것은 자동차의 파괴성과 이동성 때문이지만 글을 쓰려는 모든 사람에게 강제적으로 신원을 공개하라고 할만큼 온라인글쓰기가 그렇게 위험한 것인가? 물론 온라인의 글은 수십만 수백만 명이 볼 수 있거나 퍼 나를 수 있지만, 이것은 게시자의 통제 밖의 일이며 방송과 달리 독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다. 독자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하여 실명 등록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어떤 장르의 책이 잘 팔린다고 해서 갑자기 그 장르의 저자들은 모두 실명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터무니없다.

  물론 우리나라 네티즌들도 유권자들도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잔치에 초대되는가 문밖에서 서성이는가는 선진과 후진의 차이이다. 가뜩이나 오프라인에서는 정부비판성향의 연예인, 예술가, 영화, 극장, 학교, 교과서의 ‘돈줄끊기’가 맥카시즘처럼 진행되고 있는 판에 그나마 ‘돈없어도 뭔가 될 것 같았던’ 인터넷과 선거마저 이렇게 더욱 깊숙한 철창에 가둬버리면 무슨 문화가 무슨 민주주의가 꽃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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