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인 사민주의에 속해, “시장자유 반대, 개인 자유는 긍정”

「연세춘추」는 주간지 「한겨레21」과 함께 연세대학교 재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정치 성향 분석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대상은 10학번 신입생을 제외한 재학생으로, 남학생 50명과 여학생 50명이 응답한 결과를 토대로 분석했다. 정치 성향 분석은 P&C정책개발원의 ‘블런델-고스초크 모델’을 차용했다. 한국의 정치 현실을 고려해 단순히 좌파와 우파로 대학생들의  정치 성향을 나누기 보다는 보수주의적, 자유 지상주의적, 사회민주주의적(아래 사민주의), 권위주의적인 집단으로 나눴다. 진보와 보수라는 선택문에서는 진보를 선택하지만 좌파와 우파라는 선택문에서는 좌파를 꺼리는 ‘좌파 콤플렉스’가 있는 한국에 적당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사민주의에 속해…100명중 41명 “나는 진보 아냐”

P&C 정책 개발원의 정치성향 자가진단에 따른 우리대학교 재학생 100명의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응담자가 사민주의에 속하고 있다.

유형 특징

보수주의적(conservative)

신자유주의적인 것으로 시장의 자유에 찬성하지만 가족, 마약, 낙태와 같은 쟁점에서는 강력한 국가 통제를 원함
자유주의적(libertarians) 모든 방면에서 개인주의와 낮은 수준의 국가 관여를 원함
사민주의적(socialists) 보수주의자들과 반대로 경제 생활에서 더 많은 국가 관여를 바라고 시장은 불신하고 있으나 도덕적 쟁점에 관한 한 정부관여에 회의적임
권위주의적(authoritarian) 경제적인 것과 도덕적인 것 양자를 포함하여 모든 영역에서 정부가 강력한 통제를 유지하기를 희망함

정치 성향 분석 결과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대다수가 사민주의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자유와 개인 자유라는 두 축의 교차점 주변에 존재하는 몇 명을 제외하면 전체적 성향이 진보로 드러난 셈이다. 물론 한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장에 국가 개입이 당연시 됐고 이에 완전한 시장 자유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우리 정치 기반에서는 국가 개입에 대해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모두 어느 정도 긍정하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P&C정책개발원이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전체적인 좌편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대다수의 재학생들은 권위주의에 분포하지 않고 사민주의로 몰려있다. 반면 요즘의 대학생들은 ‘운동권’이라는 말을 혐오하고 대학 내의 행사 참여와 정치적 의견피력을 꺼리는 행동을 보인다. 이는 대학생들의 정치 이념과 실제 생활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또한 자신의 정치성향을 밝히는 설문 문항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1명이 자신을 보수 혹은 중도로 진단했다. 모르겠다는 의견도 16명이나 됐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자가진단 할 때와는 큰 오차가 나는 셈이다.

사회·정치참여에서 연상되는 단어 중 ‘대학생’이 빠진 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다. 또 언론은 날마다 대학생의 ‘보수화’를 논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아직 이상을 꿈꾸고 있었다. 단지 대학생의 일상 행동과 신념 사이의 괴리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일상과 신념 사이의 괴리”…냉혹한 현실에 압도돼

조한혜정 교수(사과대·문화인류학)는 ‘냉혹한 현실 조건’을 이러한 괴리가 생긴 원인으로 꼽았다. 조한 교수는 “고도로 경쟁화된 사회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은 사회의 정해진 과정인 ‘스펙 쌓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며 “한정된 일류 직업을 놓고 다투는 가운데 일상은 신념과 괴리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이 직면한 냉혹한 현실은 연세 상담센터에서 진행한 ‘2009 재학생 실태조사(아래 재학생 실태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재학생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1천 437명 중 93%는 취직 시 연봉을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또한 취직 후 첫 기대 연봉을 3천만원 이상으로 답한 응답자도 73%나 됐다. ‘일류 직업’에 대한 희망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반면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들은 현실 조건에서 좀 더 자유로웠다. ‘2009 신입생 실태조사’에서 신입생들은 대학 생활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스펙 쌓기가 아닌 ‘전공 공부’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 777명 중 47%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해 ‘흥미와 적성 불일치’, 그리고 ‘직업 정보 부족’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연봉을 주요 가치로 여기는 재학생과는 상반된 반응임을 알 수 있다. 몇 년간의 대학생활은 대학생들에게 현실 조건을 인식하고 자신을 적응시켜나가는 기간이었다.

사회·정치 ‘참여’가 아닌 그 속에서의 삶

설문에 참여한 우리대학교 학생 100명 중 단 4명만이 대학 생활에서 ‘사회참여’를 가장 우선시 한다고 답했다. 대부분 사회·정치참여 보다는 ‘스펙’과 ‘인간관계’를 대학생활 최선의 가치로 꼽았다. 이처럼 대학생들 사이에서 사회·정치 참여는 되레 외면당하기 일쑤다.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 ‘참여’를 언급하는 것은 피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그러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 신부는 사회·정치참여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인간은 본성상 사회·정치적 존재이기에 ‘참여’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표현은 그 자체로 사회적 의미와 정치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이어 “학생 의식이 정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대학생들이 사회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현재 대학생은 뒤쳐지면 도태되는 사회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들은 진보적 신념을 지니고 있지만 현실 속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거세다. 해결책은 불분명하다. 단지 부조리한 현실의 변화를 위해선 우선 자신이 어디 서있는지 확인할 일이다. 그 다음 행동은 저마다에 달려있다. 변화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손 끝에서 시작한다.  

김동현 기자 dh7000c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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