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후 ‘시설’고급화, 학생 눈높이 고려하지 않은 '가격' 덩달아 고급화?

“학생회관(아래 학관) 식당 음식 값이 너무 비싸요” 학생식당이 어떠냐는 질문에 임동규(철학·07)씨는 이렇게 답했다. 맛과 질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음식 가격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이와 더불어 13년째 학관 식당 급식 대행업체였던 ‘아워홈’이 리모델링 후에 또 다시 선정된 데에도 학생들은 의구심을 갖는다. 아워홈은 왜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식사를 책임지게 됐으며, 리모델링 후 음식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워홈, 왜 또?

지난 2009년 10월, 학관 식당이 리모델링 한다는 것과 함께 아워홈이 식당 업체로 재선정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우리대학교 커뮤니티 세연넷(http://www.seiyon.net) 게시판에 ‘학생식당 아워홈 재선정 된 건 알고 계시나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그동안 총학생회(아래 총학)측에서 학관 식당 선정 위원회(아래 선정 위원회)를 모집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과 아워홈이 최종 선정된 것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드러난 글이었다. 이후에도 게시판에는 아워홈 선정에 불만을 가진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이에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 김민우 부장은 “업체 선정에는 전문가, 학생, 생협 직원 모두가 참여했고,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학관 식당 리모델링은 지난 2008년 후생복지관 신축 계획이 전면 보류되면서 지속적으로 논의됐다. 그러던 중 2009년 본격적으로 학생식당 개선이 결정됐고 선정 위원회가 조직됐다. 생협에서는 각 업체에 공문을 발송했고 곧이어 현장설명회가 개최됐다. 설명회에는 10개의 업체가 참석했으며 이 중 단 세 곳의 업체만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류심사, 현장조사 등의 평가를 거쳐 최종적으로 아워홈이 위탁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김 부장은 “무엇보다도 가장 뛰어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며 “아워홈이 위탁 업체 중에서 가장 우수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과 가격과의 관계는?

이렇게 아워홈이 재선정 되고 학관 식당 리모델링이 이뤄진 후 음식의 가격이 상승했다. 최승희(경영·07)씨는 “학관 식당은 그야말로 ‘학생’식당”이라며 “학생 입장에서는 지금의 음식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아워홈이 공사비용의 일부를 분담했다”며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비싼 메뉴의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어 김 부장은 “가끔 학내에서 좀 더 비싸고 질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비싼 메뉴를 추가한 것이지, 3천원 이하의 저렴한 음식도 여전히 많다”고 언급했다.

또한 아워홈 권인영 점장은 “프레프레(구 부를샘)의 운영 방식 자체가 이전과 달리 푸드코트 형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약간의 가격 상승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푸드코트 방식은 예전의 한 코너 당 하나의 음식만을 제공하던 방식에 비해 보다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메뉴가 다양해지면 재료비나 인건비 등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

한편 학생들은 프레프레에 비해 지하1층 카페테리아(구 맛나샘)의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식사시간이 되면 카페테리아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면서 좌석 수가 150석 정도 줄었다”며 “날씨가 따뜻해지면 야외에도 좌석을 넓히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새롭게 리모델링 된 학생회관 1층 프레프레.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푸드코트 방식으로 바뀐 모습이다.

밥값 사수를 위한 움직임

총학에서는 이처럼 급격히 상승한 음식 가격에 대한 학생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고가로 책정된 밥값을 잡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학은 학생들에게 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생협을 만들고자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생협국’을 신설, 그 내부에 ‘밥값팀’을 조직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생협국장 정준영(사회·06)씨는 “주요 정책에 밥값 문제가 포함된 만큼 이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며 “현재 각 단과대학, 총여학생회, 학생복지위원회 등 여러 단체가 참여한 밥값팀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아직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4월 이후 본격적으로 단체 행동에 나설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아워홈 권 팀장은 “학생들이 의견을 제시한다면 우리측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며 음식 가격의 개선의지를 열어뒀다. 따라서 앞으로 학생들의 행동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적극적인 대안은?

지난 47대 총학 ‘에코코(ECOCO)’ 선본의 선본장이었던 이태영(정외·04)씨는 아워홈 선정과정이 지나치게 형식적이지 않았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며 좀 더 구체적인 방안으로 △직영식당 △로컬푸드시스템 △친환경식단 등을 제안했다. 이에 에코코 선본에서는 직영식당을 운영하자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우리대학교와 같은 큰 규모라면 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유통과정이 생략된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 이러한 로컬푸드시스템이 구축된다면 학교에서는 직영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의 친환경식단까지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씨는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이 방안은 장기적으로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의과대 학생 식당을 운영하는 업체인 ′ARAKOR′′‘ARAKOR’를 보면 학관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제공한다. 동시에 맛과 질에서도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의과대 학생회장 김진웅(의학·07)씨는 “학관 식당에 비해 의과대 학생 식당 음식의 질이 훨씬 좋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푸드코트 형식이 아닌 카페테리아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 식당에서는 조식을 2천400원에 판매하며 중식과 석식은 3천500원에 제공한다. 또한 의과대 학생이라면 조식 2천원, 중식과 석식은 3천원이라는 가격으로 할인해준다. ARAKOR 점장 이명영씨는 “대부분의 의과대 학생들은 학관이 아닌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때문에 그 만큼의 고객을 우리가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때문에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경우를 비추어 볼 때 의과대 보다 훨씬 많은 학생수를 확보하게 되는 학관에서 이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할 수는 없는지 의문으로 남는다.

학생 식당은 학교 외부의 일반 식당들과 달리 항상 일정한 수요를 갖는다. 일종의 독점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생 식당의 무조건적인 독점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존재한다. 생협 조합원인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학생 식당 선정 과정에 관여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아워홈’이 학생 식당 운영 업체로 선정된 지 3년이 되는 오는 2011년이 되면, ‘아워홈’과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새로운 사업체를 선정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과 같은 불만이 꾸준히 제기된다면 그 때, 학내에 아워홈의 설자리는 없을 것이다.


김지수, 박혜원, 심주용 기자 simjudy@yonsei.ac.kr
사진 박민석 기자  ddor-e@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