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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본이 없으면 나쁜 도서관인가요?"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0.03.13 17:31
  • 호수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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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씨의 『건투를 빈다』를 빌리러 학술정보원에 갔다. 예약이 많이 밀렸다. 심지어 반납 일자가 4월을 넘어가는 복본*도 있다. 이내 포기하고 돌아선다. 우리대학교에서는 책 한권 빌려보기 힘들다. 그냥 복본을 늘리면 안 될까, 의문스럽다.

이처럼 인기가 높은 도서는 학술정보원(중앙도서관 포함)에서 대여하기가 힘들다. 보유한 복본의 수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요가 많다 고해서 복본의 수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대학도서관으로서 도서 구입에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 중심의 도서 구비 정책 필요해
학생 1인당 도서구입비 22만원
모자란 장서수, 과감하고 체계적인 투자가 열쇠


◆복본 구입 정책: 우리대학교의 복본 구입 정책에 따르면 국내서는 1종 2부 해외서는 1종 1부를 수집하도록 돼있다. 타 대학의 정책 역시 이와 비슷하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권광희 실장은 “기본적인 복본 구입 정책은 같다”고 설명하며 “이후 도서의 예약·대출 추이를 감안하고 강의 교재의 경우 강의 인원에 따라 복본을 추가로 구입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구입 정책 덕택에 타 대학교 인기 장서는 평균 9권 이상의 복본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대여 순위는 지난 2009학년도 1학기와 2학기 자료에 큰 차이가 있어 싣지 않았다. 해외대학은 각 나라의 오리콘,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를 참고로 했다.

그러나 미국 등 해외 대학의 경우 우리대학교와 다른 정책을 취한다. 해외 대학은 한창 인기 있는 대중소설과 같은 책의 복본을 구입하지 않는다. 복본 구입비용과 도서 유지비가 높다는 이유로 미국 도서관에서는 수요가 많은 경우 복본 구입 대신 상호대차*를 선호한다. 미국 ARL(Association of Research Library)의 통계(2008년 기준)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대학들의 도서 구입량은 줄어든 반면 상호대차* 이용률은 182% 성장했다. 반면, 현재 우리대학교 학부생은 타 대학의 도서를 상호대차 할 수 없다.

◆모자란 예산: 지난 2009년 기준 우리대학교 도서 구입비는 한 해 전체 예산의 1.1%로, 약 65억 원이다. 도서관에 투자된 예산 중 컴퓨터 등 기자재 확보와 관리 등에 쓰인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학술정보원의 좌석 수가 7천여석, 컴퓨터가 600여대라는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통계(2008년 기준)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타 대학보다 월등히 큰 열람실의 규모는 우리대학교 도서관의 성격을 말해준다. 우리대학교는 연구 중심 대학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도서관의 환경과 장서 구비 정책은 연구 중심이라는 목표와 걸맞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인기가 높은 대중소설 등의 자료를 많이 구입하다 보면 연구 서적 구입이나 주요 저널들의 구독에는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우리대학교 학술정보원은 일반 공공 도서관과 다를 바가 없다.

◆부족한 장서와 장서관리: 도서 구입 예산이 적다보니 장서 수 역시 크게 많지 않다. 국내 장서 보유량 1위인 서울대는 우리대학교 장서 수의 두 배인 약 400만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우리대학교가 목표로 하고 있는 세계 20위권에 있는 동경대는 약 800만권으로 4배 많은 수를 자랑한다. 200만 권이라는 우리대학교의 장서 수는 국내 대부분의 대학들에 비교해 상당히 큰 숫자다. 그러나 세계 대학들과 비교해 봤을 때 장서 수는 상대적으로 모자라다.

우리대학교는 장서 수도 적지만 장서의 관리 역시 문제로 대두된다. 학술정보원의 책 수리는 대출이나 반납 시 학생이나 사서가 책의 이상 여부를 판단해 수리를 맡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울대 등의 타 대학도 대학 내 자체 제본실에 맡겨 수리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강의 관련 도서의 경우, 책이 찢겨있거나 필기가 심하게 돼있는 등 책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일부 학생들의 책 이용 실태가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뜯어진 책은 수리가 이뤄져도 줄이 그어져 있거나 필기가 가득한 책은 복구 방법이 없다.

우리대학교는 연구 진흥에 힘쓰고 있다. 또 세계의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국제캠퍼스(송도)가 개교했다. 그러나 목표에 비하면 부족한 장서 수와 예산을 가진 학술정보원은 아직 ‘시설 좋은 열람실’이며 일반 공공 도서관에 지나지 않는다. 로마의 문인 키케로는 ‘책이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는 말을 남겼다. 오늘날 열람실이 늘고, 컴퓨터가 가득한 학술정보원에는 시설만이 남았다. 영혼을 채우기 위해, 우리대학교에는 장서에 대한 과감하고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아직 채워야 할 서가는 많고, 우리대학교가 학문으로 앞서야 할 대학들이 많다.

*복본: 동일한 서적
*상호대차: 다른 도서관에 신청하여 소장 자료를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김동현 기자 dh7000cc@yonsei.ac.kr
사진 정석현 기자 remijung@yonsei.ac.kr

김동현 기자  dh7000c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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