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장칼럼]

수습기자 모집 홍보를 위해 종합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나에게 앳된 얼굴의 여학생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의 얼굴에 ‘바쁘면 내 할 일 하기 벅찬데’ 라는 말이 쓰여 있기에, 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뇨. 한주에 겨우 기사 한두 개 쓰는 건데요” 라고 대답했다. 내게 즐거움으로 포장된 연세춘추 이야기를 듣고서 지원서를 품에 안고 총총걸음으로 돌아가는 그녀를 보며 난 미안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학기에 들어선지 1주일, 지금 백양로는 신입생 모집을 하는 연세춘추를 비롯한 언론사들과, 동아리, 학회?소모임들로 북적거린다. 여러 동아리들의 공연과 테이블마다 떠드는 소리에 학교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하지만 이 활발함 밑엔, 이들의 북적거림 아래엔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 그곳에 정작 모집해야 할 신입생은 없었다.

88만원 세대다. 실질 청년실업률 20%다. 매일 신문을 펴면 보이는 현실 속에서, 여러 동아리들의 피켓에 적힌 ‘열정을 갖고 활발하게 활동할’ 신입생들은 더 이상 많지 않다. 고3이라는 입시지옥을 헤치고 나와 잠시나마 자유로운 공기를 누릴 만 하건만, 학번이 낮아질수록 새내기들은 다시 취업의 문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놀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물론 지금의 현실 속에서 ‘토익 책을 볼 시간’, ‘학점 관리를 할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 시간들을 위해 바쁨을 거부하는 것, 또한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 아니 아는데도 모르는 척 무시하는 것이라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때가 아니면 다시는 오지 않을, 이곳이 아니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사건과 사람들. 당장 우리에게 와 닿지 않는 것들이기에 지나쳐 버리기 쉽지만, 학창시절을 추억하면 공부했던 일보다 친구가 떠오르는 것처럼 우리에게 평생 동안 남아있을 것들이다.

대학은 또 다른 세상으로의 출발선이라고들 한다. 조금 바쁘더라도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며 함께 자신이 갈 길로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박기범 편집부국장 ask_walk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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