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전한 2010 밴쿠버 올림픽서 아쉬운 은메달 획득, 하지만 금메달보다 빛나는 열정 보여

17일 간의 여정으로 꾸려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한국성적 역대 최고의  결실과 함께 마무리됐다. 반가운 것은 단지 금메달 개수에 따른 종합성적에 그치지 않았다. 쇼트트랙에 집중됐던 국민적 관심이 피겨스케이팅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다양한 종목으로 이어졌던 데다가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가능성을 가진 수많은 선수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선수들 가운데 우리대학교 동문 성시백 선수(스포츠레저·석사2학기휴학)가 있다. 그는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 500m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어진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였지만 결승점을 5m 앞둔 상태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아쉬운 은메달에 그쳐야 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전했고 한편에서는 최고의 경기를 선사해준 그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일에 입국해 국가대표 해단식에 참석한 한 후 현재 잠시의 휴식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태다. 얼마 후에 세계선수권대회와 국가대표선발전이 예정돼 있어 또다시 훈련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바쁜 시간 속에서도 그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따뜻하게 임해줬다. 서울 목동의 한 커피숍에서 성시백 선수를 만나볼 수 있었다.

-요즘에 어떻게 지내나.
다음 주에 불가리아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준비돼 있다. 뿐만 아니라 곧이어 팀선수권대회와 국가대표선발전이 연이어 계획돼 있어서 조금의 휴식 후에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요 언론들의 관심 대상이더라.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나.
이곳까지 오는데 아무도 알아보지 않더라(웃음).

-어떤 계기로 스케이트를 신게 됐나.
어렸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유독 몸이 약해 야구를 포함해 여러 운동에 손을 댔지만 결국에는 스케이트를 타게 됐다. 다른 운동은 잘 못했지만 스케이트는 생각보다 잘했고 몸에 잘 맞았다. 그 후로 지금까지 쭉 스케이트와의 인연을 맺고 있다.

-우리대학교와는 어떤 인연인가. 수업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나.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하게 됐다. 고려대의 경우 통학거리가 너무 멀어 일찍 단념했다.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운동을 주로 했기 때문에 수업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딱히 없다. 다만 아카라카의 경우 3번 정도 참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우리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 중에 있던데
군대 문제도 걸려 있어 일단 대학원 진학으로 방향을 정했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께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교수와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현재는 여러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관계로 휴학 중이다.

-밴쿠버 올림픽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우선 시차적응 문제가 가장 궁금하다.
대회가 해외에 있는 경우 시차 문제가 가장 힘들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 2일 캘거리로 전지훈련을 떠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주 종목이 500m라는 보도가 있던데 그런가.
우리나라 선수들은 단기스피드보다 전반적인 경기 운영 능력이 중요시되는 1천m나 1천500m을 선호한다.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1천m와 1천500m를 먼저 선택하기 때문에 500m는 우연히 선택하게 된 종목이었다. 단기스피드에 강한 외국 선수들과 타야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잘 맞았고 곧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스타팅 라인에 설 때의 느낌을 묘사해달라.
많은 분들이 스타팅 라인에서 긴장감이 극에 달하냐고 묻곤 하지만 스타팅 라인에 서게 되면 오히려 긴장감이 줄어든다. 그 순간에는 오로지 경기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출발 총성에 맞춰 타이밍 있게 나가는 것이 중요한 데 선수들 사이에서 그것을 ‘아다리가 맞는다’라고 표현한다.

-이번 500m 결승에서 5m를 남기고 미끄러졌다. 아쉬움은 없었나.
물론 아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주위에서 많은 응원을 해줘서 고마웠다.

-밴쿠버의 빙질은 어떤가.
물이 좋을수록 빙질이 우수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고지대의 경우 빙질이 좋다. 전지훈련 한 캘거리의 경우 고지대였기 때문에 빙질이 좋았는데 밴쿠버는 해안지대라서 빙질이 좋지 않았다.

-슬럼프는 없었나.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했던 것 같다. 10개 시합 중에 1~2번의 슬럼프가 오면 다시 극복하는 정도였다. 힘들 때도 물론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 경기 나가서 못하면 그만두자고 말하셨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럴 때마다 성적이 좋게 나와서 스케이트와의 인연을 계속할 수 있었다.

-밴쿠버 올림픽 기간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나
지난 2월 18일이 생일이었다. 동료들이 깜짝 파티를 준비했지만 도중에 들통나버렸다.

-운동한 것을 후회하지 않나
운동을 하면서 일반인이 하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무엇을 하든지 간에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을 것이기에 그리 후회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성격 탓에 스케이트 실력 향상에 꾸준히 노력했다.

-섹시백이라는 별명이 있던데.
예전에 송경택 선수가 「sexy back」이라는 음악을 듣다가 우연히 불러준 별명이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창피하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 준다면
응원해준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후배 여러분 공부 열심히 하길 바란다(웃음).

정석엽 기자  adiou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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