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것 취급 받던 중고품의 역습, 허점은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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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되면 교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구들이다. 이런 중고 거래는 학교 안팎에서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중고차 거래는 연간 200만대 돌파를 앞두고 있고, 네이버 중고 거래 카페 ‘중고나라’는 회원수가 500만 명을 넘어서서 인터넷 카페 최고 회원 수를 기록했다. ‘남이 쓰던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중고품, 어느새 우리 곁에 훌쩍 다가왔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중고 거래는 바로 전자제품 거래다. 전자제품은 중고라도 신품과의 기능 차이가 거의 없어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중고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MP3와 하드디스크 등을 인터넷에서 중고제품으로 구입했다는 유태환(전기전자?09)씨는 “전자제품은 깨끗이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 중고라도 새 것과 다름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며 “최신 사양의 제품을 경제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중고 거래”라고 말했다.

 전자제품의 신제품 출시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현상도 중고 거래가 빈번한 원인 중 하나다. 신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중고 시장에 내놓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 스와프(digital swap)’족이다. 이들은 신상품을 일정 기간 사용하고 중고 시장에 그 제품을 팔아 또 다른 신상품의 구입 자금을 마련한다.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와 비슷한 소비행태를 보이지만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헝그리 어답터(hungry adopter)’라고도 불린다. 이들이 내놓는 제품들은 사용빈도가 낮아 신제품과 비슷하기 때문에 중고 시장에서도 인기다.

 

 

패션계에서도 중고는 최신 유행으로 떠올랐다. 복고풍 패션이 유행하면서 그 시대에 실제로 만들어진 옷을 파는 구제 시장도 함께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구제 옷의 구입을 꺼려왔지만 구제 옷이 가진 희소성에 사람들이 주목한 것이다. 주로 홍대 앞과 상수동에서 구제 옷을 구매한다는 원혜인(경영·09)씨는 “구제 옷은 길거리에서 같은 옷 입은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는,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옷이라는 느낌을 준다”며 “요즘에는 생산되지 않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이 많아 구제 옷 가게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상수동에서 구제 옷을 판매하는 과립(34)씨는 유례없는 구제 옷의 인기에 대해 “요즘 트렌드가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구제도 그 트렌드 중 하나인 것 같다”며 “이미 지났거나 오래된 유행인데도 사람들은 오히려 옛날 것에서 앞서가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중고 시장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아직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중고 거래가 늘어나기 시작했을 때는 인터넷 거래를 악용한 사기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제품 보증도 확실하게 되지 않아 구매자들의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사기꾼 신고 사이트와 안전거래 사이트 등이 생겼다. 안전거래 사이트는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미리 받고 구매자로부터는 거래 금액을 받아 놓는다. 이 두 과정이 성립된 후에야 서로에게 물건과 돈을 보내주기 때문에 사기 위험이 적다.

하지만 중고품의 보증 제도는 아직 미해결 과제다. 용산에 위치한 선인상가의 한 중고 노트북 매매상은 “중고제품도 1~3개월 정도의 보증기간이 있다”고 말했지만 이 보증기간은 신제품의 최소 보증기간인 1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중고 거래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신중한 선택이 최고의 안전장치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비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중고 거래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시장은 거대해지고 있다. 이제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써’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중고제품을 다시 한 번 쳐다보자. 편견에서 벗어나 두 번째 주인이 될 준비, 됐나요?

* 얼리 어답터 : 신제품을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린 후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을 가진 소비자군

이재은 기자 jenjenna@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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