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칼럼]

인터넷 창을 연다. 마우스 휠을 굴리며 ‘내 눈에 흡족한’ 이미지를 찾는다. 원하는 항목에 커서를 얹고 클릭, 선택한다. 돈을 낸 뒤 만족을 느낀다.
“남자친구도 무료반품 될” 듯한 인터넷 쇼핑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서비스 되고 있는 인터넷 후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삶의 각종 분야가 웹을 이용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자선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는 먼 나라 아이들에게 클릭 한 번이면 사랑을 전할 수 있다. 딸랑거리는 종소리,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와 그 아래 서 있는 빨간 모금함의 풍경은 머지않아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돕는 과정이 빠르고 쉬워질수록 마음을 담기는 더 어려워졌다. 물론 후원 서비스의 취지에는 문제가 없다. 인터넷으로 이용자가 손쉽게 자선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들의 생활 모습이 담긴 사진을 이용자에게 보내줌으로써 후원자와 아이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주기 때문이다. 후원자들은 자신이 후원한 아이를 아들, 딸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성장과정 지켜보며 특별한 감동을 얻는다.

문제는 이 사이에까지 침투한 ‘소비자 마인드’다. 마치 쇼핑하듯, 웹페이지에 늘어선 아이들을 따지고 골라 만족스럽게 돈을 ‘지불’하려고 하는 이들도 생겼다. 한 서비스 이용자가 커뮤니티에 ‘내 돈 주고 후원하는 아이가 예뻤으면 하는 게 그렇게 나쁘냐’는 댓글을 올려 논란이 됐었다. 자신이 왜 후원했는지 마우스를 잡는 순간 잊은 모양이다.

한창 자선 시즌에 유행처럼 후원이 몰렸다가 한두달 후 그만두는 사람이 수없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결연 후원을 신청하면 정기적으로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생활비와 교육비를 지원하게 된다. 후원자가 장기적 계획 없이 후원을 결정했다가 철회하면, 아이들은 다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 도와줄 누군가를 무한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상품이 돼 ‘재고’가 된 아이들. 우리의 변덕으로 ‘취소’되고 ‘반품’된 아이들. 그들이 받은 상처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우린 정말 사랑했을까? 아니면 습관적으로 쇼핑을 했을까?

김규진 편집국장 love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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