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 11면 오른쪽 귀퉁이를 보면 ‘애드바룬’이라는 코너가 보인다. 연세춘추에 갓 발을 디딘 햇병아리 수습기자들이 ‘촌철살인’적 감각을 발휘해 작성하는, 시의성 있는 사회 사안 또는 학내 사안에 대한 해학과 풍자가 드러나는 꼭지다.
1년 반 전 수습기자였을 때 나도 금요일 밤마다 애드바룬을 쓰기 위해 골머리를 썩히곤 했다. 어느날 주제를 고민하다가 그 시기가 등록금 납부 기간임을 고려해 우리나라 방송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방영됐다는 한 연속극 이름을 따 ‘대출나무 사활 걸렸네’라는 애드바룬을 써냈다. 이는 선택돼 그 주 지면에 실리게 됐고, 내가 한 학기 동안 써낸 애드바룬 중 베스트로 꼽을 정도로 주변으로부터 인정도 받고 스스로 흡족했던 ‘명작’이었다.
그로부터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 시절의 수습기자는 부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 애드바룬은 시기적으로 유효하다. 아직도 ‘학생’이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대출나무에 청춘을, 희망을, 미래를 걸어둔 채 스스로 빚더미에 앉아야만 하는 학생들이 많다. 취업도 힘든 마당에 설사 취업을 했다 해도 월급으로 밀린 등록금 빚을 갚아나가기 바쁘다. 반값등록금, 등록금 상한제 등 수많은 대안이 논의됐지만 등록금 납부 기간에만 끓어오르고 금방 사그라드는 거품논쟁, 공허한 정책으로 보인다.
왜 등록금 문제는 납부기간에만 반짝 떠오르고, 이내 잊혀졌다가, 매년 또다시 반복되는 것일까.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생, 학부모의 부담은 한 학기 내내 지속되는데도 말이다. 물론 사회적인 배경과 세금부담률이 다르다고는 해도 유학생의 한 학기 등록금이 60~70만원이라는 프랑스와 비교하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방부제를 친 듯 언제 꺼내도 유효한 나의 애드바룬이 시의적으로 맞지 않아 폐기처분 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깝지만 빨리 버리고 싶은 명작인 셈이다.

송은지 웹미디어부장 lifeholi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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