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정치란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이 말한 대로 하면, 가치의 포괄적 배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분 과정은 쉽게 이미지화 돼버린다. 정치에 걸린 엄청난 이익은 경제성장의 이미지로 포장되고, 용산과 같은 삶과 죽음을 나누는 인권적 가치의 문제들도 한낱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게 만든다. 프랑스 미디어이론가, 레지스 드브레가 말했던가. 현대는 ‘이미지의 정치 시대’라고. 그리고 자크 랑시에르가 이야기하듯 오늘날 정치는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 + 연예인의 합성어인 폴리테이너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디어가 중요해진 시대에 연예인처럼 이용하기 좋은 대상은 없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면 연예인들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길 좋아한다. 연예인들도 마다하지 않는다. 힘 있는 정치인들 옆에 운 좋게 서면 출세 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마치 나레이터 모델처럼 자신의 얼굴을 판다. 일부 연예인들과 정치인들의 이러한 결합은 정치의 대중주의이자 인기영합주의란 비판을 받지만 뭐 대수인가. 어차피 정치란 ‘쇼’인데. 정치가 쇼라는 것을 너무 잘 아는 폴리테이너가 등장했다. 우리에게 하루 세 번씩 자신의 이름을 외쳐보라는 허본좌. 그를 보면 즐겁다. 어차피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이 허경영보다 나아보이는 건 별로 없다. 그래도 허경영은 우리를 즐겁게 하지 아니한가. 정치 따윈 우스꽝스러운 뒷담화 꺼리일 뿐이다. 속으로 조롱하면서도 겉으론 재미삼아 지지하는 척 할 수도 있다. 허경영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라는 것이 이미 막장쇼의 영역이라는 걸 알려준다. 연예인이라고 정치를 못 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전원일기 김회장님 둘째아들 용식씨는 이 정부 출범 후에 여태까지 당당하게 문화부장관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는 품격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많은 문화계 인사들을 숙청하는 정치를 아주 잘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예전 전원일기 이미지 때문에 실망도 했겠지만, 어쨌든 그는 훌륭한 연기자이다. 지금은 정부의 용역깡패, 자객, 똘마니 역할을 충실하게 연기 하는 것 뿐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권력만 쥐어주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정치의 본질이 마키아벨리가 말한 것처럼 ‘권력’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만약 연예인들이 정치를 하려고 하면, 이렇게 힘있는 권력자에게 빌붙어야 한다. 섣불리 자신의 소신 따위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최근 김제동, 윤도현 등등은 이러한 사실을 보여준다. 국가권력은 연예인들에게 말한다. 힘 있는 내 편에 붙던, 아니면 세상에 아무 관심도 없고, 우린 아무것도 몰라요 라며 백치미나 보여주라고. 우리 사회는 연예인들에게 시민사회의 기본인 사회참여, 정치참여와 같은 민주시민의 기초의식조차 갖추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연예인들은 점점 세상살이와 무관하게 춤추고 노래하며, 웃고 떠들며 몸 파는 어릿광대가 되어간다. 레지스 드브레는 “좌파는 언어를 선호하고 우파는 이미지를 선호한다”고 이야기 했다. 대부분 외국의 폴리테이너(레이건, 아놀드 슈월츠제네거 등)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연예인의 정치 참여는 자신의 그 동안 이미지를 결합하여 대부분 보수정당과 결합한 사례가 많다. 보수정당에게 필요한 건, 연예인들의 이미지일 뿐이다. 그 반대의 경우에서 연예인들이 진보 정당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오히려 연예인들이 정치 참여가 많아져야 하는 이유는, 최근 문화산업계가 연예인들을 착취하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장자연씨가 죽음으로 밝혀진 어둠의 연예산업 커넥션, 거대 기획사들의 불공정 계약 및 횡포 등등 연예인 스스로가 정치가로 나서 그들이 처한 모순적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싸운다면, 우리는 충분히 그들을 응원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것이다. 랑시에르가 말했듯, 정치의 시작은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부터이기 때문이다.

양기민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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