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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도 모르는 학생회관의 불편한 진실I기획르포 우리대학교 학생회관 실태를 점검한다
  • 김동현, 추상훈 기자
  • 승인 2009.11.07 12:00
  • 호수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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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캠 학관 4층 무악극장 앞 복도

신촌캠 학생회관(아래 학관) 로비에 들어서자 환한 조명과 대리석 바닥이 반짝인다. 우리대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과 외부인들도 쾌적한 로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들에게 비치는 모습은 학관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리모델링이 진행되지 않은 곳곳에선 30년의 세월 동안 그대로 방치돼온 학생자치공간의 어두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학생 ‘방치’공간이 돼 버린 동방

총학생회실과 동아리방(아래 동방)이 모여 있는 3층에 올라서니 텅 빈 느낌이 든다. 배달 음식점 광고지들이 온 벽에 덕지덕지 붙어있고 바닥에는 플랜카드를 쓴 흔적이 거뭇하게 남아있다. 바닥 위에 천을 대고 검은 먹으로 글씨를 썼기 때문이다. 소화기는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전기 제어박스는 한 번도 잠기지 않은 것처럼 열려있다.

“좁고 더럽고 그렇죠.” “동방이 더럽다고 신문에 나면 선배들한테 혼나요. 더럽게 쓴다면서요.” 동방을 쓰는 학생들의 불만은 비슷했다. 3층 남자 화장실에는 작동을 멈춘 세탁기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낡을 대로 낡은 동방과 고장난 세탁기가 묘하게 겹쳐 보인다.

4층으로 올라가자 음악 소리가 한창 크게 들린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 보니 책상과 의자가 어지러이 놓여 있고 ‘오르페우스’와 'So what'이 저마다의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다가가서 학관의 시설에 대해 물으니 마치 기다린 듯 불만이 쏟아진다. “모기가 정말 많아요.” “인원이 많은데 동방이 너무 작아요.” 그중에서도 'So What'의 이효섭(신학·08)씨는 “음악동아리인데 방음벽 하나 제대로 돼 있지 않아서 같이 학관을 쓰는 동아리들에게 피해가 가 무척 조심스럽죠”라며 건너편 동방을 가리킨다. “때문에 학관에서는 합주 한번 하기도 힘들어요.” 말을 마친 이씨는 다시 기타를 들고 연습을 계속했다.

‘이런 곳을 예약까지 하며 써야하나?’

4층에 위치한 무악극장 내부로 들어가 보니 곳곳이 낡고 부서져 있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신문지를 발라놓은 천장과 무대 곳곳에 널브러진 무대소품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좌석이 마련되지 않은 강당 형태인 무악극장에서 공연을 하려면 동아리에서 관객석을 직접 마련해야 한다. 나무를 받치고 의자를 쌓아올리지 않으면 앉은 관객이 무대와 시선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시설이 낡아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문과대 율동패 ‘발버둥’의 노곤(인문학부·09)씨는 “정기공연 연습 중에 천장의 석고 타일이 갑자기 떨어졌는데 누군가 맞았더라면 큰일이 났을 것”이라며 타일이 머리위로 떨어지는 시늉을 해 보인다. 양 벽 쪽에 놓인 보일러에는 인화물질인 락카신너가 병 째 놓여있다. 그 옆에는 전선이 제멋대로 콘센트에서 뽑혀 있다. 나무재질의 기구와 커튼까지 있는 곳에서 불씨가 붙는다면 금방 불이 번지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무악극장 앞은 합창연습실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두 여학생이 연습을 하고 있다. 이곳도 벽과 바닥에 플랜카드를 쓴 흔적과 낙서가 가득하다. 깔끔한 1,2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저희 예약을 안했는데 혹시 예약하셨나요?” 플롯을 든 학생이 물었다. ‘이런 곳도 예약을 하고 써야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두 여학생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방음벽도 제대로 없어 소리가 온 학관에 울려 퍼졌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를 위한 학관인가

학관의 근무자들에게도 이곳은 그렇게 편한 공간이 아니다. 학관이 한창 붐빌 낮 시간대에 파란 옷을 입은 경비 아저씨가 경비실 바깥을 배회하고 있다. 경비실 안에는 베이지색 겉옷을 입은 멀끔한 두셋이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경비 아저씨는 안쪽을 슬쩍 곁눈질 하고는 학생들 사이에 앉는다. 밤에 한산해진 학관에 다시 찾아가 물어보니 경비 아저씨는 “낮에 있던 사람은 실장이야”라고 알려준다. 실장은 경비 아저씨들을 ‘총괄’하는 상사이다.

경비아저씨는 격일제로 하루에 24시간 근무한다. “하루에 몇 시간씩 나눠서 하면 오고가는 시간도 있고 힘드니까 차라리 격일로 24시간씩 근무하는 게 나아” 아저씨는 초점이 맞지 않는 낡고 조그만 TV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경비실 한편에는 누울 만한 자리가 있지만 아무도 눕지 않는다. “잠은 안자, 밤에도 시간을 체크하면서 항상 순찰을 돌고 있지. 청소는 여성분들이 담당하고 우리도 순찰하며 청소도 조금 돕고 그래”

다리가 불편한 학생도 학관에서 편의를 누릴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중앙동아리 ‘게르니카’에서 만난 이희주(철학·08)씨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학관 로비로 가려면 루스채플쪽으로 멀리 돌아가야 해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해요”라고 말했다. 전동 휠체어에서 어렵게 한마디씩 이어가는 이씨에게 위층의 편의시설 얘기를 꺼내자 “가본 적 없어요. 2층에 뭐가 있는 지도 몰라요. 1층 외에는 올라갈 방법이 전혀 없는걸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주캠, 이곳도 ‘이상 유(有)’

원주캠 학관은 어떨까? 신촌캠과 마찬가지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3층에 들어서니 방음이 전혀 안 돼 있는 풍물패 동아리방에서 나는 소리가 시끄럽게 복도를 울리고 있다. 1층을 제외한 2~3층은 대부분 콘크리트 벽이 아닌 가벽(假壁)으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옆 동방의 웬만한 소리는 다 들린다. 이재준(경영학부·09)씨는 “벽 사이에 구멍이 뚫렸는지 소리뿐만 아니라 담배냄새도 그대로 넘어온다”고 불만을 표했다.

시설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이용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우연히 들어간 학관 화장실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했고 알루미늄 통으로 된 재떨이가 버젓이 설치돼 있었다. 화장실을 이용하던 여동훈(의공학부·08)씨는 “1, 2층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동방이 주로 위치한 3, 4층은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1층에 있던 청소부 아주머니는 “화장실에서 피우면 그나마 양반”이라며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복도에서 담배는 피우는 학생이 있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동아리연합회 집행국장 김도준(국제관계·06)씨는 “그래도 올해 들어 동아리들이 의견을 모아 동방 내 흡연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동아리 발표회 등 특정시기엔 복도에도 담배연기가 자욱했다고 한다. 이에 학생복지처장 김종두 교수(인예대·영시)는 “학생회관 내 흡연문제 중 규제할 수 있는 부분은 규제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공간도 있다. 4층에 위치한 음악감상실에 들어가자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클래식 음악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악감상실은 음악감상 동아리 ‘소리마을’에서 관리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한슬기(정경경영·06)씨는 “감상실의 이용대상이 누구인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의아해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언젠가부터 음악감상실이 동방화 된 것 같다”며 “소리마을 회원이 아닌 일반학생은 음악감상실을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소리마을 회장 조대현(정보통계·08)씨는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홍보를 하지만 클래식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가 줄어들어 홍보 효과가 미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자치공간이 부족하고 낡은 시설을 가진 신촌캠 학관의 대안으로 후생복지관이 제시돼 왔지만 현재 후생복지관은 전면 보류상태다. 생활협동조합의 김민우 부장은 “후생복지관을 위해 약 100억여 원의 적립금을 모았지만 지금 현실적으로는 건립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원주캠 학관의 경우 낙후된 시설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잘못된 이용 습관으로 많은 문제점이 산재해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편한 곳만은 아닌 학관. 이곳이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진정한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까?

김동현, 추상훈 기자 wansonam@yonsei.ac.kr
사진 정석현, 추상훈 기자 wansonam@yonsei.ac.kr

김동현, 추상훈 기자  wansona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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