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악과 허희정 교수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실내악 교실

“자, 우리 포르테(forte) 부분부터 다시 해 볼까?”

네 명의 학생들과 한 명의 교수, 총 다섯 명으로 이뤄진 수업. 수업이라기보다는 그룹 레슨에 가까워 보이는 이 강의는 우리대학교 음악대학의 ‘실내악’ 수업이다.

실내악은 ‘함께’, ‘동시에’라는 뜻에서부터 ‘통일’, 조화’를 나타내는 용어인 앙상블(ensemble)을 음악으로 실현해낸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편성은 현악 4중주다. 우리대학교 음악대학에서는 △피아노 △관악 △현악 실내악 수업이 개설되는데, 이 중 지난 9월 28일 허희정 교수(음악대·기악)의 현악 실내악 수업을 참관해봤다.

수업은 네 명의 현악으로 이뤄진 세 팀이 한 시간씩 돌아가며 교수에게 레슨을 받는 형식이다. 두 명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첫 팀이 연주한 곡은 슈만의 현악 4중주로 리드 바이올린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허 교수는 리드 바이올린을 맡은 학생에게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며 이끌어 나가라”고 주문하는 한편 네 가지 소리 하나하나 모두의 귀를 기울이며 조화로운 선율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언과 지적을 계속해나갔다. “그 부분에서 네 ‘파#’ 소리가 중요해”, “소리를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느낌으로!”

같은 구성으로 이뤄진 두 번째 팀이 연주한 곡은 보로딘의 현악 4중주로 동화 같은 분위기의 곡이었다. ‘요정들이 숨바꼭질 하는 것처럼’ 연주해 보라는 허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연주를 이어나갔다. 한편 허 교수는 모두 ‘점점 느리게’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는 ‘랄렌탄도(rallentando)’와 ‘리타르단도(ritardando)’도 “랄렌탄도는 단순히 느려지는 게 아닌 전체적으로 넓어지고 부풀려지는 느낌”이라며 음악 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마침내 ‘요정들이 사는 통나무집의 불이 하나씩 꺼지는 느낌’의 피치카토*로 곡은 끝났다.

수업의 마지막 팀은 네 명의 콘트라베이스만으로 이뤄진 팀으로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을 연주했다. 콘트라베이스 특유의 묵직한 선율과 경쾌한 피치카토가 어우러진 춤곡은 “춤추고 싶지 않아요?”라는 허 교수의 말처럼 탱고와 같은 전형적인 무곡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날 수업 중 첫 팀의 리드 바이올린을 맡았던 이지하(관현·06)씨는 “보통 음악대학에서는 독주를 연습하는데 오케스트라 형식의 관현악이나 실내악과 같은 수업은 다른 사람과 의견을 맞추는 과정을 배워서 좋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실내악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소리를 듣고 하나의 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배웠으면 좋겠다”며 “이것이 실내악 수업의 목표”라고 밝혔다.

우리대학교 음악대학에서는 매년 정기연주회, 협주곡의 밤 등 타 학과 학생들과 일반인들을 위한 풍성한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런 다양한 음악회에 참가하여 관현악의 조화로운 하모니를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피치카토 : 현악기에서 활을 사용하지 않고 현을 손가락으로 퉁겨 연주하는 주법.

문해인 기자 fade_away@yonsei.ac.kr
사진 정석현 기자 remij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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