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ross Development Profit, GDP)은 한 국가의 발전을 진단하고 평가하는데 통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GDP 규모를 기준으로 국가 간 경제력을 비교하기도 하고, 1인당 GDP를 기준으로 특정 국가 국민의 평균소득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또한 각국 정부는 GDP 성장률을 해당 국가의 경제적 활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식하여 그것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대통령 선거유세 당시에 ‘7% 성장, 10년 후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세계 7대 강국’을 의미하는 7-4-7공약을 내세웠던 현 이명박 정부도 국정운영의 성과지표로서 GDP 성장률을 중시하는 정부다. 이처럼 GDP라는 지표가 각국 정부의 정책결정이나 많은 사람들의 경제상황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GDP를 대체할 지표개발의 필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대통령은 지난 2008년 2월에 노벨경제학 상 수상자인 콜럼비아대학의 스티글리츠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경제성과 및 사회발전 측정 위원회(Commission on the Measurement of Economic Performance and Social Progress)를 세운 후 그 위원회에 GDP라는 지표의 한계를 규명하고 그것을 대체할 ‘경제성과 및 사회발전’ 측정지표를 개발하도록 의뢰했고, 최근 그 위원회의 보고서 초안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 배경은 GDP가 한 사회의 발전을 보여주는데 있어서 여러 한계를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현실인식과 국가정책의 방향을 오도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우선, GDP는 국가경제의 생산적 측면, 즉 파이(pie)를 키우는 측면을 나타내주는 지표일 뿐이며, 경제발전의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반영해주지 못한다. 파이가 아무리 커져도 사회구성원들에게 골고루 배분되지 않고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된다면 그러한 GDP 성장은 전체구성원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반쪽자리 성장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GDP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미래의 세대들이 누려야 할 환경을 앞당겨 끌어와 개발 행위를 함으로써 GDP 성장을 이루려고 하는 경우처럼 GDP 성장이 지속가능성과 배치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어디 그 뿐인가? 뉴욕 월가의 금융 산업이 한 동안 미국의 GDP 성장을 견인하는데 기여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씨앗을 뿌려왔다는 것이 세계금융위기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이상에서 지적한 GDP 지표의 한계점을 감안할 때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측정지표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측정지표의 개발은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의 궁극적 목적과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들이 무엇인지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GDP 성장은 어디까지나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에 불과할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단기적으로 GDP 성장률을 높이려는 노력은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무엇을 측정할 것인지’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 사회 구성원들이 어떠한 측정지표를 사회발전의 중심지표로 활용하는가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성숙도를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양  혁  승교수(경영대·산업관계) 경실련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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