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모르는 사람과의 교신을 기대하며 단파방송을 즐겨듣던 꼬마 앨리는 과학자로 성장한 뒤, 외계와의 교신에 몰두한다. 어느 날 그녀는 직녀성으로부터 알 수 없는 메시지를 수신하고 이내 그 암호가 지구와 직녀성뿐만 아니라 은하계를 누비는 운송수단의 설계도라는 것을 밝혀낸다. 암호에 따라 우주선을 완성한 앨리는 목숨을 건 우주 탐사를 떠난다. 세계적인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이 쓴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영화 『콘택트』의 내용이다.

이제는 우리가 그야말로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만한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바로 위의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된 ‘한국형 외계지적생명체 탐색(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Korea, SETI Korea)’ 사업 덕분이다.

SETI란 데스크톱 그리드 기술*을 이용해 외계지적생명체를 탐색하는 사업이다. 정확히 말하면, 방대한 양 때문에 일정기간이 지나면 폐기되는 관측정보를 참가자들의 PC로 배분하면 참가자들은 각자의 PC의 잉여자원용량을 이용해 다운받은 전파신호를 분석하는 것이다.

관측 데이터 재활용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SETI사업은 이미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SETI@home' 프로젝트가 있다. 지난 1999년 미국의 주도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09년 현재 약 850만 명의 네티즌이 회원으로 가입해 지상 최대의 우주망원경인 아레시보 망원경에 수신되는 전파를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 참가자들의 경우, 우리대학교와 탐라대, 울산대 세 곳에 건설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orean VLBI Network, KVN)에서 관측된 자료를 분석하게 된다. KVN은 초정밀 우주관측과 지구의 지각운동 등을 연구하기 위해 구축됐으나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외계지성체 탐색’이라는 새로운 목표도 바라보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UN이 정한 ‘천문의 해’ 홍보사업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데스크톱 그리드 기술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전 인구의 약 32%인 우리나라는 데스크톱 그리드 분야에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박영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은 “SETI Korea는 SF적 상상력에 기댄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다”라며 “이번 기회에 외계지적생명체 탐색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덕분에 데스크톱 그리드에 네티즌들의 참여가 활성화되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엄청난 기폭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SETI Korea는 오는 10월 중 본격적인 홍보와 교육을 시작하고 일반인들이 분석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영화 속 ‘ET’와의 만남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손에 달려있다.

*데스크톱 그리드 기술: 개개인이 사용하고 남는 PC의 CPU 자원을 초고속인터넷 등을 통해 모아서 슈퍼컴퓨터 급의 대용량 계산 자원을 만드는 기술.

김연 기자 periodistaye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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