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MT를 주도하는 제1회 전국 대학생 MT 페스티벌 열려

 대학 공동체 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곳곳에서 대안적인 MT들이 나타나 암묵적으로 자리 잡은 ‘MT=M(마시고)T(토하고)’라는 공식은 서서히 균열이 가고 있다.

최근 ‘제1회 전국 대학생 MT 페스티벌(아래 페스티벌)’이 열렸다. ‘대학문화의 대안을 만들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26~27일 열린 이 페스티벌에서는 특이하게도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 페스티벌을 기획한 김철환 기획단장은 “술 없이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 수 있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젊은이들의 패기와 열정을 되살리고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해 자기 자신을 찾아가기를 원한다”고 페스티벌의 의도를 설명했다.

페스티벌이 특별한 것은 술을 안 마시기 때문만이 아니다. 기획단은 1박2일간의 일정에 ‘대학생올림픽’, ‘오픈나이트’ 등의 특색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대학생올림픽은 △교수님을 사수하라 △내 꿈을 지켜라 △나는 토익왕 △5인 일체 △대.수.다(대학생만의수다) 로 구성됐다. 이 종목들에 대해 기획단 나하나(24)씨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그 안에 교수님 눈치만 보고 학점에 목매는 학생들의 상황과 꿈을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대학생올림픽의 ‘대.수.다’와 자정이 넘어 진행되는 ‘오픈나이트’는 대학생만의 담론을 형성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이다. 나씨는 “현재 대학생들은 대화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평소 꺼내기 힘든 주제도 ‘수다’라는 생각으로 솔직하고 자유롭게 풀어내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표했다. 적극적으로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자원 활동가에 지원했다는 동덕여대 강민지(영어·09)씨는 “다양한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외에도 전공에 관련된 곳을 답사하며 꿈을 키우는 테마를 가진 MT도 있다. 우리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학생들은 주기적으로 ‘나배월든’을 체험한다. 나배월든은 지난 2005년부터 풀뿌리사회학교에서 진행한 생태학습프로그램으로, 1998년 3월 폐교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나배도 나배분교에 둥지를 틀었다. 참가자들은 전기와 수도 등 문명의 편의에 기대지 않고 노작과 토론, 명상을 통해 나배분교 주변을 자연에 다가가는 생태공간으로 가꿨다. 또한 학교 주변에 무성히 자란 풀을 뽑고 오래된 샘을 청소하거나 톳나물을 채취하는 등 노동의 참된 뜻을 되새기고 생태를 직접 온몸으로 체험한다.

그러나 현 MT의 대안을 찾기 위해 꼭 완벽하게 새로운 MT를 고민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대학교 문과대 불꽃5반은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색다른 시도를 해왔다. 회장 김진희(사학·07)씨는 “보통 4개 방을 배정받는데 2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이야기방, 2개는 게임방으로 만들어 진행한다”며 “새내기는 학기 초 반의 문화에 사회화되는데 이 같은 자율적인 술 문화는 우리 반에서 전통적으로 잘 이어진다”고 밝혔다. 또한 “MT때도 술은 마시고 싶은 사람만 마시고 나머지는 새내기 연애상담을 하거나, 모여앉아 평소에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눈다”고 말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데 술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제 대학생들은 ‘어떻게 놀까’를 고민하게 됐다. 꼭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 즐겁게 웃고 떠들고 솔직해질 수 있는 자리라면, 바로 내일 당신이 떠나는 MT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김혜진 기자 2every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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