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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노래
  • 김연 기자
  • 승인 2009.09.19 14:41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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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인의 향기』속 주인공이 탱고를 추는 장면의 배경음악에서부터 ‘땡겨,땡겨!’ 신나는 율동과 함께하는 응원곡 「연세 차차」,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룸바』까지 현지의 모습과는 다르더라도 이미 우리는 탱고, 차차차, 룸바 등 다양한 중남미 음악들과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늘 이렇게 흥겹고 즐거운 이미지로 연상되는 중남미 음악의 시작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중남미 음악의 이야기는 ‘음악의 섬’ 쿠바에서부터 시작된다. 차차차, 룸바뿐만 아니라 맘보, 손 등 셀 수 없이 많은 흥겨운 음악 장르를 가진 쿠바. 하지만 이런 음악이 탄생한 배경은 식민지하의 암울한 현실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오백년을 거슬러 올라간 16세기 초, 쿠바를 정복한 스페인은 원주민을 절멸시키고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려 아프리카로부터 흑인 노예들을 데려왔다.

이들은 변변한 악기 하나 없었지만 주변의 사물을 두드려서 리듬을 만들고, 또 그 리듬을 타면서 고향을 떠나온 설움을 씻어냈다. 아프리카의 타악기 리듬에 유럽의 기타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들이 더해져 지금의 쿠바의 다채로운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중남미의 다른 국가들에서도 원주민과 이민자의 음악이 서로 섞이고 녹아들면서 새롭고 다양한 음악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인종과 문화가 섞여 만들어진 중남미의 전통음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중남미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를 가진다. 아프리카와 유럽이 쿠바에서 만나 형성된 음악은 ‘아프로 쿠반’ 음악이라고 하는데 이 음악은 모든 쿠바 음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90년대 이후의 이 음악은 힙합 그리고 라틴댄스와 결합되어 사랑과 같은 낭만적인 주제를 다루는가 하면 직접적인 가사로 정치·사회적 요소까지 속 시원히 풍자해 중남미의 젊은이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중남미에서 음악이 서민들의 삶과 결부돼있는 이유는 이렇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독재정치로 물든 중남미의 70년대, 악기마저 검열의 대상이었던 그 참혹한 시기에 사람들은 노래를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칠레의 비올레타 파라의 「Gracias a la vida(생에 감사해)」라는 노래가 있다. 자신이 누리지 못한 것들을 나열하면서 그 모든 것을 준 생에 감사한다는 모순적인 이 노래는, 참혹한 독재시기 늘 공포에 질려 역시 인생의 달콤함을 맛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녀의 노래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희망을 가지라는 메시지로 읽혀 모두를 하나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노래의 힘을 이어가듯 아르헨티나에서는 민중의 어머니라 불리는 메르세데스 소사를 주축으로 노래운동이 일어났다. 이어서 칠레, 쿠바를 비롯해 중남미 여러 국가에서 같은 운동이 일어난다. ‘새노래 운동’이라는 뜻을 가진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으로 묶이는 각 나라의 운동은 노래로 세상을 바꾸려는 정치·사회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메르세데스 소사가 그랬듯 민요를 통한 전통의 재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중의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민속 음악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에 적합했던 것이다.

우석균 교수는 새노래 운동에서의 새로움이란 “당시 보급되기 시작한 TV 때문에 상업적, 자극적으로 변한 음악과 다른 새로운 노래를 만들자”는 음악인들의 목표와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노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칠레 민주화의 상징 살바도르 아옌데는 이런 말을 남겼다. “노래없이는 혁명도 없다.” 움직이는 몸짓 하나하나가 춤이 되고, 무엇이든 두드리면 음악이 되는 중남미에서는 사회 변혁의 매개체 역시 음악이었다. 이제는 정열과 흥겨움의 상징인 중남미 음악이 들려주는 다른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자.

김연 기자 periodistayeon@yonsei.ac.kr


김연 기자  periodistaye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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