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의존도 높지만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없어

 

기부금. 재학생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지만 건물 신축, 장학기금 조성 등 학교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상당 부분 기부금에 의존한다. 대표적으로 학술정보관 신축, 위기극복 장학금, 송도국제화복합단지 부분개교 등을 위한 기부금 모금이 진행된 바 있다. 가깝지만 먼 기부금, 그 실상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대학교에는 매년 500억 정도의 기부금이 모금되며 현재 기부금 관련 업무는 대외협력처에서 전담하고 있다. 기부금은 크게 학교가 자유롭게 용도를 지정해서 쓸 수 있는 연세사랑 기부금과 기부자가 원하는 용도를 지정하는 특정목적 기부금으로 구분되며, 기부금의 90%이상이 특정목적 기부금이다. 특정목적 기부금은 세부적으로 △석좌교수기금 △장학금 △연세발전기금 △학생복지발전기금으로 나뉜다.

기부자에 대한 예우 관련 업무도 대외협력처 소관이다. 기부 액수에 따라 자유, 진리, 무악, 청송 등 6단계로 구분되는데, 이에 속하는 기부자들에게는 세브란스 병원 진료비 감면, 우리대학교 부속 교육기관 수강료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학술정보관 로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부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나 도서 열람 및 대출이 모두 가능한 출입증 역시 기부자 예우의 일환이다.

“학교가 기부금을 얼마나 모았고 학생 복지를 위해서는 얼마나 썼는지 궁금하다”는 김규복(경영계열·09)씨의 말처럼,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기부금의 ‘사용 내역’이다. 기부금은 기부자가 특정 목적을 지정한 경우 이외의 용도로는 쓸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연세사랑 기부금을 제외하면 학교가 기부금을 전용할 수 있는 여지는 차단된다.

그러나 현재 일반 기부금의 경우 기부자조차 자신이 낸 기부금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알 수 없다. 이에 대외협력처에서는 기부금의 적립과 사용 내역을 알 수 있게 하는 전산화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기부금 관련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대외협력처 엄태진 부국장은 “사용 내역을 기부자 본인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과대별로 기부금이 모금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경영대는 경영대 건물 신축이라는 과업을 앞두고 기금 모금에 주력하고 있다. 경영대 사무실 이미영 직원은 “경영대로 모금되는 기부금의 운영권한은 경영대에 있다”면서도 “(대외협력처로 모금되는 기부금과)마찬가지로 기부자가 정해준 용도 이외로는 사용할 수 없고 대외협력처와 경영대 간에 기부금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상태”임을 강조했다.

기부금을 많이 모을수록 학교 재원이 확충되고, 궁극적으로는 학교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때문에 대외협력처에서는 동문, 학부모, 기업 등에게 적극적으로 기부를 요청한다. 그러나 학술정보관 건립기금 모금의 경우 1구좌(50만원) 이상 참여한 이들에게만 출입증이 발급되는 등 적지 않은 액수를 기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한 대외협력처에서는 ‘위기극복 10만원 장학금 보내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잠재적 기부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기부를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동문과 학부모들 가운데는 부담을 느꼈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엄 부국장은 “그러한 점을 이해는 하지만 기부금을 모금해야 하는 학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며 “앞으로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는 방향으로 모금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기부금이 단순히 학교의 몸집을 불리는 방향으로만 사용되지는 않는다. 교육환경 개선, 자치공간 확충을 위해 쓰이는 학생복지발전기금이나 장학금 등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것도 기부금의 목적이다. 그러나 기부금은 높은 등록금 부담, 개설 강의 수 부족으로 인한 수강신청 전쟁 등 학생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석좌교수 유치나 건물 신축 등의 표면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보다 학생 친화적인 기부금 모금과 사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황이랑 기자  oopshucks@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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