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6일 새벽 북한은 황강댐에 저장하고 있던 4천만 톤의 물을 방류했다. 이 물의 위력은 임진강에서 야영중이던 대한민국 국민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한, 임진강에서 어업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던 어민들이 조업 장비의 손실로 입은 피해액은 지금까지 추산된 것만 1억 3천여 만원에 이른다. ‘9.6 임진강 참사’라고 이름 붙여진 이 사태에 대해 한국은 어떤 대응 방안을 취해야 할 것인지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북한에서 수문을 연 황강댐은 지리적으로 임진강 최상류에 위치해 있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북서쪽으로 직선거리 27km 떨어진 부근에 위치해 있는 황강댐은 2002년 발전과 용수공급 등의 목적으로 착공되었다. 2007년께 완공되어 그해 10월 유역변경식 댐으로 전환되었으며 높이 34m, 길이 880m로 약 4억 톤 규모의 저수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번 참사때 방류된 물의 양이 단지 4천만 톤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본다면 4억 톤의 물을 한 번에 방류하였을 때의 파괴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001년 3월 완공된 군사분계선에 매우 근접해 있는 북측의 ‘4월 5일 댐’ 또한 저수량 3천 500만 톤의 규모로 북한이 남한에 대한 조직적인 물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임진강 참사의 실제적인 피해규모는 한국 정부에 의해 여러 각도에서 측정 중에 있다. 먼저,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가장 크다. 목숨을 잃은 6명 중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생계를 책임지던 어른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이 사회에서 수행하고 있던 역할이 무엇이든 국민을 잃은 것은 한국 정부로서 매우 큰 손실이다. 또한, 생계를 지탱해주던 조업 장비를 잃은 어민들도 이 사건의 피해자다. 임진강 유역에서 조업을 해오던 파주시, 연천군의 어민들은 2001년 북한이 ‘4월 5일 댐’을 완공한 뒤에 7번의 방류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어왔다. 2006년 두 차례, 2005년과 2002년에 각 한 차례 등 북한의 댐 방류로 추정되는 피해가 거의 매년 반복됨에도 이들 어민에 대한 보상은 현행법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시(市) 차원에서 보상할 방법을 찾아보는 중이라고 한다.

한국의 안보와 직결된 군에 대한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임진강 하류에서 훈련 중이던 한국군의 전차부대가 물에 잠겼다는 사실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이다. 앞으로도 북한이 이번 사태처럼 물을 무기로 하여 황강댐을 방류한다면 군의 작전 반경, 훈련 반경과 같은 행동반경이 줄어들 것이며 이는 한국군의 국토 방어 능력을 현저히 감소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물을 이용한 이 같은 무력시위는 기존에 사용되었던 핵무기와 같은 다소 전통적인 무력시위를 넘어 지리적 이점을 살리고 특별한 개발 기간이 소요되지 않는 물공격의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굳이 물을 방류하는 것이 아니라 물을 계속 저장해 놓음으로써 임진강의 물을 부족하게 해 어족자원을 황폐화 시킬 수도 있다. 또한 임진강의 물을 취수하고 있는 파주시의 경우에도 임진강의 수위가 현격히 낮아진다면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이는 결국 국가 안보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은 신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남북관계가 화해무드에 들어간 현재 상태에 불만을 품은 북한 군부가 독단적으로 방류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신중히 행동하자는 의견이 다수다. 일단은 한국 정부가 여러 가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계획해 놓고 북한의 입장 변화를 살펴가며 그 계획들을 상황에 맞게, 신중하게 적용시켜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한국의 국민이 죽은 것에 대해서는 마땅히 사과를 요구해서 국제사회에 한국이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동안 진행해오던 남북간 경제협력과 같은 정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실리 외교처럼 실질적 국익에 관해서는 철저히 계산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개성공단의 출범을 통해 그 곳에 주둔하던 북한 군부대를 후방으로 밀어내 안보적 이익을 얻었듯 차기 후보지인 해주에 대해서도 그러한 이익을 챙겨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북간 의사소통의 통로를 활성화시키고 잦은 왕래를 해야 한다. 북한이 한국의 주적이기는 하지만 한국 정부는 가능한 충돌 없는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정부는 크게 반성해야 한다. 자국의 국민도 지키지 못한 정부는 무능한 정부이다.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한국 정부에 질타를 보낸다. 또한 한 사람의 애국자로서, 한국이 더욱 나은 국가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변계석(국제관계·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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