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꾼은 자신만의 역사가 없다. 그들은 무대 위에 있지만 연극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극장의 안전요원이 그런 것처럼 구경꾼들은 무대 한쪽에 서서 배우나 관객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하는 것들을 본다.”

올해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드러커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드러커는 탐 피터스, 짐 콜린스 등 세계적 CEO들과 경영컨설턴트들에 의해 인용되고, 잭 웰치가 주창한 “선택과 집중”의 기반이 된, 명실상부한 경영학계의 대부다. 그렇다면 피터 드러커 자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자서전에서 그는 자신을 ‘한 사람의 구경꾼’으로 규정한다. 만일 그가 그의 말대로 구경꾼이라면, 그는 그 누구보다 탁월한 구경꾼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의 표면적 양상에 주목했다면, 드러커는 조용히 사회의 한켠에 비켜서서 조명이 비추지 않는 곳, 배우나 관객이 눈치 채지 못하는 ‘그 곳’, 새로운 조류가 밀려드는 곳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시대의 구경꾼, 태어나다

피터 드러커는 1909년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의사인 어머니와 공무원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그는 강한 학구열을 지닌 어머니와 고위 공무원인 아버지 덕분에 프로이트와 같은 당대의 핵심 인물들을 어려서부터 접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교류는 드러커가 훗날 보여준 비범한 통찰력 형성의 기반이 됐다. 이후 그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동시에 독일에서 견습사원으로 일하며 훗날 그의 이론을 뒷받침할 경험을 쌓게 된다. 이후 그는 GM에서의 컨설팅 성과와 『경제인의 종말』,『산업의 미래』등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학자의 길을 걷는다. 또한 그는 뉴욕 대학교의 경영대학원 창설 당시 경영학부 교수직을 역임하며 경영학계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경영 이념과 미래에 대한 통찰은 지난 2005년 사망할 때까지 그가 남긴 32권의 저서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경영을 경영‘학’으로

피터 드러커 교수의 핵심적인 업적은 당시 학문적 영역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경영학 및 경영 컨설팅 분야를 개척했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시어도어 레빗 교수는 “모든 경영 이론은 드러커의 각주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식 중심 사회로의 이전을 예견한 그는 저서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 현대 사회를 △비사회주의 사회이자 탈자본주의 사회 △지식 근로자가 주요 자원이 되는 사회 △피고용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사회로 규정하고, 1750년 이후 지식 개념의 근본적 전환을 △산업 혁명 △생산성 혁명 △경영혁명 세 단계로 분류한다. 여기서 탄생한 개념이 ‘경영혁명’이다. 경영 혁명이란 한 지식을 다른 지식과 결합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이것이 폭발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후 드러커는 탈자본주의 사회의 주요 과제로 핵심적 자원인 지식을 보유한 지식 근로자의 문화와 조직의 목표설정을 책임지는 경영자 문화의 결합을 제시했다. 더불어 그는 효과적 경영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적 리더십에 관심을 두었다. 국내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창립자인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장영철 교수 역시 “피터드러커 교수가 강조한 사회적 책임 및 전문가로서의 윤리, 기업 시민정신을 사회 내에 함양해 가는 것이 목표”라고 창립 취지를 밝혔다.

지식 중심 사회에서 경영하기

드러커는 지식 중심의 사회를 예견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잘 ‘경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제시했다. 그것이 ‘지식 경영’과 ‘자기 관리에 의한 경영’이다. ‘지식 경영’이란 지식을 관리적 측면에서 정의·통제하고 경영 혁신의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이다. 그는 또한 미래 기업의 비효율성의 원인으로 △기업 내에서 정보의 불통△조직원 간 정보 보유에 차이를 지적하며 ‘자기 관리 경영’을 이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았다. ‘자기 관리 경영’이란 기업 내에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정보를 시스템 내로 포섭하여 체계화 하는 과정을 통해 활용도를 높이는 경영 방식을 말한다.

드러커, 신자유주의의 전도사?

물론 피터 드러커에 대한 비난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비판 중 하나가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라는 비판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장 교수는 “드러커 교수가 그의 원칙으로 △효과적 경영△윤리적 리더십△사회적 책임을 제시하고, 혁신과 창업가 정신으로 창출한 부가가치를 사회적 책임활동으로 사회에 환원시키는 ‘선순환’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즉, 드러커 교수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영이 아니라 기업 성과의 사회적 환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또한 장 교수는 “피터 드러커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 위기는 중대한 불연속, 단절 의미한다. 이 위기는 20세기 말엽 지식 중심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던 단절처럼 변화를 위한 또 다른 단절에 눈을 뜨게 하려는 사인”이라고 평가했다. 드러커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위기는 또 지식 근로자들에게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게 될 단절이며 이 위기 상황에서의 혁신을 통해 사회의 모든 부문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변화와 사물을 꿰뚫어 보는 비범한 통찰력, 그를 바탕으로 조직과 사람에 대한 실질적 이론을 창립함으로써 경영학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피터 드러커. “지금 이것을 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이 분야에 뛰어 들것인가?” 자신의 통찰을 단순 명료하게 담아낸 드러커의 사상과 조언은 여전히 시대를 뛰어넘어 큰 울림을 낳고 있다.

김규민 기자 memyself_i@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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