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세우스의 고난과 시련을 간직한 카프리섬의 전경

여름이면 상징처럼 떠오르는 바다, 사람들이 ‘바다’ 하면 떠올리는 것은 뜨거운 태양 아래 출렁이는 파도와 물놀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바다에는 오랜 시간을 거쳐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 있다. 이번 여름에는 국내·외의 바다를 여행하며 그곳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첫 번째로 여행할 곳은 이탈리아의 카프리 섬이다. 카프리 섬은 온난한 기후와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햇빛이 바닷물을 통해 들어와 동굴 안이 푸른빛으로 빛나는 해식동굴 ‘푸른 동굴’로 유명해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카프리 섬의 아름다움 뒤에는 신화 속 한 영웅의 고난과 시련이 담겨 있다.

카프리 섬은 바로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우스가 포세이돈의 원한을 얻어 10년 동안 지중해를 떠돌게 한 근원지다. 특유의 지략으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는 전쟁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카프리 섬을 지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포세이돈의 아들인 괴물 폴리페모스에게 붙잡혀 폴리페모스의 눈에 말뚝을 박고 탈출한다. 이로서 폴리페모스에게 잡혀 먹을 위기는 벗어났지만, 포세이돈에게 원한을 사 10년 동안을 지중해에서 떠돌게 된다. 오디세우스의 비극적인 여정의 시작점이었다는 사실은 섬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있게 만든다.

다음으로 여행할 곳은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의 배경이 된 대서양의 내해 카리브 해다. 크루즈 여행으로 유명한 카리브 해의 이야기는 15세기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를 필두로 진행된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노예무역으로부터 시작된다. 카리브 해의 섬들의 원주민 카리베족들은 초기 노예무역 당시 침략자들이 동반한 질병들로 거의 전멸했다. 이후 빈 섬들은 은을 실어 나르는 스페인 선박을 공격하는 해적들의 은신처가 됐다.
노예무역이 절정에 이른 17세기부터는 흑인노예들을 이용한 플랜테이션 사탕수수 재배가 시작되면서 섬들 전체가 사탕수수밭으로 변해갔다. 이들 노예들 중 대다수는 새로운 기후와 질병, 그리고 가혹한 노동으로 고통 받으며 죽어갔다고 한다. 크루즈 여행으로 유명한 카리브 해가 흑인노예들의 피와 눈물이 담겨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번에는 국내로 눈을 돌려 보자. 경상남도 사천은 각종 관광 명소와 첨단 항공우주 사업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특히 관광 유적지 중 선진리 성은 봄이 되면 만개하는 벚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약 400년 전 이 선진리 성에서는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발명품이 만들어졌다. 사천의 앞바다인 사천포는 바로 조선 선조 시대 임진왜란의 영웅인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이 세계 최초의 전투용 철갑전선인 거북선을 처음 사용한 바다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는 사천포 해전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 생생히 기록돼있다.

‘임진년(1592년) 5월 29일 ~ 왜적이 정박한 곳을 물으니, “왜적들은 지금 사천선창(경남 사천시 용현면 선진리)에 있다”고 한다. ~ 나는 여러 장수들을 독려하여 일제히 달려들며 화살을 비 퍼붓듯이 쏘고, 각종 총통을 바람과 우레같이 어지러이 쏘아대니, 적들이 무서워서 물러났다. ~ 적선 13척을 불태우고 물러나왔다.’

사천포 외에도 6.25 전쟁에서 전세를 뒤엎은 인천상륙작전의 배경이 된 서해, 신라시대 향가 처용가의 배경이 된 울산 개운포 등 많은 바다들이 그 나름의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 바다는 그것의 출렁이는 파도 속에 수많은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문해인 기자 fade_away@yonsei.ac.kr

자료사진 사진작가 'npkim3'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