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모든 문 폐쇄하는 등 마찰빚어, 진통 끝에 성공회대로 장소 옮겨

지난 19일 저녁 7시 총학생회(아래 총학)는 노천극장에서 28일 개최될 예정이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아래 행사)를 막은 학교 측에 항의하기 위해 우리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행사는 이미 일주일 전부터 학교 측과 합의해 기획해온 것으로, 정치적 목적보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19일 아침 22일(월) 치러질 사법고시 2차 시험을 빌미로 돌연 행사 거부의사를 밝혔다. 또한 행사의 원천 봉쇄를 위해 정문, 동문, 서문을 폐쇄하고 본래 행사가 진행될 계획이던 노천극장에 경호 업체를 배치하는 등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총학은 “행사는 추모 의미의 공연이며 학교 측이 행사를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학교 측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했고 경호 업체의 테이프를 끊고 노천극장에 무대 설치를 강행했다. 하지만 학교 측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이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4~50명 정도의 참가자들이 모였고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정문 앞을 지나가던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도 기자회견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우리대학교 근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최민영(17)군은 “대학 사회 내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총학 홍보국장 윤덕영(철학·07)씨는 “이번 공연은 정치적 목적을 완전히 배제하고 모두의 화합을 위해 개최된 행사였다”며 “처음에 호의적이었던 학교가 갑자기 반대하고 나선 것에 대해 총학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탁현민 겸임교수는 “공연은 이미 몇 주 전에 정해졌는데 오늘에 와서야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우리 뜻을 관철시킬 때까지 정문 앞에서 농성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농성에 돌입한 지 두 시간이 지날 무렵, 학교 측은 총장 대리 각 실·처장회의를 거친 후 “총학과의 협의를 통해 오는 7월 30일 안으로 행사를 연기해 진행한다면 학교 안에서 개최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박준홍(경영·05)씨는 “비록 시일이 연기됐지만 학교 측에 우리의 의지를 관철시킨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행사에 대한 준비는 다 마친 상황이므로 조만간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정해져 있던 출연진들의 일정 때문에 행사를 연기할 수 없어 총학은 지난 21일 성공회대 대운동장에서 공연을 진행했다.(관련기사 ‘그리운 바보, 바람이 불면 오신 줄 알겠습니다’)

이종호 기자 phillie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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