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학의 백미 지드의『콩고여행』과 카네티의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

‘먼 곳에의 그리움!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은 마음!’
수필가 전혜린 씨는 자신의 수필 「먼 곳에의 그리움」에서 먼 곳,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갈망을 이렇게 표현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대학교에 들어와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세계여행’을 꼽는다.  전씨가 노래한 ‘그리움과 먼 곳으로 훌훌 떠나버리고 싶은 갈망.’ 사람들은 그런 갈망을 안고 이국적인 풍광, 낯선 사람들, 생경한 언어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 그리고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 개인이 여행을 하면서 겪는 체험이나 감상, 견문을 기록한 문학이 바로 기행문학이다. 15~16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기행문학은 유럽인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했던 18, 19세기에 이르러 식민지에서의 관찰을 기록한 것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반면 현대로 들어오면서 기행문학의 성격은 탐험적·과학적 성격에서 개인이 여행을 통해 본 풍경을 묘사하고 느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형태로 변화하게 됐다. 각각 근대와 현대 기행문학의 백미로 손꼽히는 지드의『콩고여행』과 카네티의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를 살펴보자.

문학의 항로를 바꾼 경험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나른함. 형체도 내용도 없는 시간들.”
지드의 콩고 여행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러나 나른함으로 시작했던 항해는 그의 문학 인생의 항로를 변경하는 계기가 된다. 50대에 콩고 여행길에 오른 지드가 여행을 통해 발견한 것은 동경하던 미지의 세계가 아닌 식민 통치하 아프리카의 비참한 현실이었다. 먹을 카사바가 부족해 먹지 못하는 사람들, 종기와 피부병을 앓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인들은 지드에게 자기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식민 정책의 폐단과 억압, 부당한 수탈구조는 그 동안 윤리적·미학적 문제에 집중했던 그의 시선을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로 돌렸다.

“‘원주민들은 프랑스의 점령 이전이 지금보다 더 불행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설득력이 부족하다. 우리는 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책임을 떠안았다. 나는 조용히 살아왔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그러니 말을 해야 한다.”

지드는 이제 한 명의 저널리스트가 되어 아프리카의 현실을 ‘고발’하기로 결심한다. 미학적 글쓰기에 천착했던 조용한 작가는 여행을 통해 인간애와 개혁을 위해 현실을 고발하는 투사로 변신했다. 단순한 풍광의 스케치로 시작한 <콩고 여행>은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의 예리한 비판 의식이 잘 나타난다.

‘사람’ 그리고 소통

“세번의 낙타와 마주하게 되었고, 세 번의 만남이 모두 비극적으로 끝났다.”
<콩고여행>이 단순한 세상 스케치로 이뤄져 있다면 카네티의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이하 모로코)는 세상 풍경보다 ‘사람’을 향한다. 

 “이곳 사람들 모두에게 공통된 무엇이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얼굴과 외모가 가진 각양각색의 풍부함에 익숙해지자마자 그들에게 공통된 것은 또 무엇이 있을지 알고 싶어졌다.”

얼만 큼의 동전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전을 입에 넣는 거지, 건조한 상거래가 아닌 ‘만남’이 이뤄지는 시장. 모로코의 공간 공간들 속에서 카네티는 끊임없이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러나 카네티의 시선을 주로 끈 것은 ‘소박한 사람들의 누추한 삶’이었다. 그의 기행문 속에는 강한 비판 의식도 고발도 나타나지 않지만 위선 없이, 강한 생명력을 표출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깊이 드러난다. “나는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이 쓰디쓴 가운데서도 욕망을 갖기를 기원한다”  서구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모로코 사람들의 삶을 담은 「모로코」에는  ‘사람’ 간의 진정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인간’에 대한 통찰을 얻어가는 카네티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자신만의 상념을 영원에 가두기

이제 여름방학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은 또 다시 ‘먼 곳에의 그리움’을 품고 짐을 꾸린다. 많은 작가들은 낯선 사람들과 풍광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상념들, 그 상념들을 기록한 문학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것은 세상에 초점을 두기도 하고 그곳에서 마주한 삶과 사람에 대해 초점을 두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작품’인 이유는 작가 자신의 통찰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직접 자신의 통찰을 기록한 ‘작품’을 남겨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김규민 기자 memyself_i@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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