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사진작가 백성현을 만나다

"사진이요? 한 마디로 저에겐 꿈이죠.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있는 지금, 그 꿈을 이룬 것 같아 좋아요. 말하자면 저에게 사진이란 꿈이면서 동시에 현실인거죠.”

사진작가 백성현씨는 연예인 ‘빽가’로 사람들에게 더 친숙하지만 현재 사진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Studio by 100'의 실장으로 있으면서 많은 패션화보와 국내 유명 가수들의 앨범 재킷을 촬영했다. 지난 2008년 12월에는 『당신에게 말을 걸다』란 제목의 포토에세이를 출간했고 가장 최근인 5월에는 'THE Faces'라는 사진전도 개최했다. 연예인 빽가가 아닌 사진작가 백성현은 어떤 사람일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사진작가 백성현의 이야기를 들으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그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사진은 내 운명

그가 사진작가를 소망하게 된 건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언제나 사진을 향해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가지 꿈을 이십년 동안 지켜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죠. 저는 항상 가슴 속에 그 꿈을 품고 다니면서 절대 포기 하지 않았어요. 근데 사람이라는 게 흔들릴 때가 있잖아요. 오히려 그럴 때마다 저는 사진을 더 소망하게 되고 사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이런 그도 사진을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집안 형편 때문에 사진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사진을 하는데 필요한 장비들은 대부분 고가였고, 학생인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밖이었다. 대학에서 사진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마음도 현실 앞에 접어야했다. 그런데도 사진을 그만둘 수가 없었던 그는, 아르바이트로 돈이 생길 때마다 장비를 사고 사진을 찍으면서 꿈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힘들게 모아 온 그 전부를 도둑맞는 일까지 벌어졌다. 어려운 사정에 다시 장비를 구입할 여유는 없었고 결국 그는 잠시 사진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순간도 사진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룹 ‘코요태’의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하고 난 뒤, 그는 다시 카메라 장비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사진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진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죠” 사진을 포기하고 좌절하게 되면서 사진에 대한 그의 열망은 오히려 더욱 더 커졌다. 현실적으로 사진작가라는 목표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좌절과 고민이 있었다. 그는 나태해지는 자신을 볼 때마다 사진을 선택하기까지의 수많은 고민을 상기했다. 결국 그는 ‘사진작가 백성현’을 선택했고 사진을 포기했던 마음을 포기했다.

 사진과 나, 우리의 이야기 

그는 사진이 본질적으로 타협하지 않기 때문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내 시각을 통해 프레임을 구성하고 내 자신의 판단으로 사진을 찍으므로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진이란 온전히 혼자 힘으로 결과물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사진과 자신의 관계를 ‘그림자’에 빗댔다. 카메라와 자신은 따로 존재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자신이 사진을 찍으면 카메라와 자신이라는 두 개의 그림자가 사진이라는 하나의 그림자로 합쳐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림자는 두 개가 합쳐져도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나타나잖아요. 사진을 찍을 때는 저와 카메라가 마치 한 몸이라고 느껴져요”

또 그는 사진이 사랑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만큼 흔한 것이 사랑이고, 요즘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누구나 자주 하는 일이고 또 계속해서 할 일이 바로 사진과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진을 찍는 매 순간이 즐겁다는 그. 그는 사진을 찍을 때, 찍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예인 빽가로 활동할 때는 제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는 제가 주인공이 아니죠” 오히려 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연예인을 돋보이게 해 주듯이 자신은 주인공이 된 피사체를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했다.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그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주위의 색안경이었다. 사진작가 ‘백성현’이 되고 싶은 꿈이 단지 연예인 ‘빽가’의 겉멋으로만 비칠까봐 겁이 났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순수하게 작품으로만 판단해줄 수 있는 외국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외국이라면 사람들의 편견에서 벗어나 상처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자신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사진을 감상할 때는 누가 찍었느냐를 보지 말고 순수하게 작품을 작품으로써만 감상해달라고 말했다. 그에게 작가는 사진의 주인공이 아니다. 사람이든 사람이 아닌 무엇이든 상관없이 사진의 ‘주인공’을 봐달라고 했다. 그래야 사진의 의미가 변질되지 않고 전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을 순수하게 사진작가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겉멋이 들지 않은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항상 이 컷이 마지막 컷이라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성현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진을 통한 치유’다. 그는 우리가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그 가사에 공감하고 감정을 정화하듯이,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이 현재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모두가 함께 서로가 가진 아픔에 대한 치유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저는 진짜를 원해요. 제가 필름카메라를 많이 쓰는 이유도 바로 그거에요. 필름카메라로 찍어서 사진이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저는 제가 찍은 사실을 원하니까요.”

사진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진작가 백성현의 이야기는, 사진으로 시작해서 사진으로 끝난다. 사진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또 다른 자신을 향해 달려가는 그는 오늘도 사진을 꿈꾼다.

추유진 기자 babyazaz@yonsei.ac.kr
자료사진 백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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