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4월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 이후 대학생의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대학생과 이를 평가하고 상담하는 기관이 미국 전역에 걸쳐 늘고 있다고 한다. 미 대학보건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학생 중 절반이 우울증의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고, 전체의 15%는 우울증의 진단 기준을 충족하고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심각한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정신 질환에 대해 잘못된 정보나 편견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에 관한 캠페인이 광역정신보건센터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다. 건강한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블루터치 모니터단’은 지난 2006년 제1기 발대식을 시작으로 현재 제4기 운영단이 활동 중이다. 'Touch Friends' 캠페인은 서울시 청년, 대학생들이 스스로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캠퍼스 내 정신건강 문화를 조성하고, 올바른 보도와 정확한 정보 제공이 더욱 중요해진 요즘 언론, 영화, 드라마, 서적 등 문화와 관련된 활동에서 다뤄지는 정신건강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활동도 겸하고 있다. 

정신건강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개인마다, 질병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요 정신 질환이라 할 수 있는 정신분열병 혹은 기분 장애는 통계적으로 청년 시기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어려움이 시작된 초기에 적절한 도움을 받게 되면 병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 정확한 정보 부족이나 편견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굳이 정신과 질환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교우 관계, 학교 적응 문제, 진로 문제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문제들은 대학생들의 건강한 자아 발달 및 성취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생은 대학생이 돼서야 처음으로 생활 계획을 스스로 짜고, 이를 스스로 조절하게 된다. 자신을 잘 통제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부모나 학원, 학교가 정해준 생활의 틀 속에서만 지내다가 스스로 조절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 역시 많다.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는지의 여부는 대개 ‘자기 조절능력’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스스로를 엄격히 통제하고, 놀지 않고, 공부만 하는 것에 달려있지 않다.

그보다는 ‘놀기’와 ‘공부하기’의 조화, ‘혼자 놀기’와 ‘같이 놀기’의 조화 등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조화롭게 생활을 꾸려가는 대학생들은 적응을 잘 했다고 볼 수 있겠고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적응의 문제가 생기고 이것이 ‘정신건강의 문제’로 연결된다. 치열한 입시 전쟁에서의 승리로 얻은 대학 입학 후에도 생존까지 위협하는 취업 전쟁 등의 더 큰 어려움들이 산재해 있는 요즘의 대학 생활에서 스스로의 정신건강, 주변 친구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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