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방송사에서 의학드라마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의학드라마를 접하면서 일상 생활에서 보기 어려운 심장·뇌 수술 등 전문적인 수술을 안방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지금 수술의 한 장면을 보고 있다고 가정하자. 수술실 내부에서는 수술복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가 분주히 움직인다. 그리고 환자 주위에는 다양한 신호음을 내며 환자의 상태를 측정하는 여러 의료장비들로 가득하다. 그 중 환자의 생존여부와 관련된 심장박동을 그래프 형태로 나타내는 장비가 자주 등장한다. 이 장비는 심장박동을 시각적 그래프 혹은 청각적 신호로 나타내는 ‘심전도계’로 환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의용계측장비 중 하나다. 이외에도 혈압계, 혈당측정기 등 의용계측장비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이용되고 있다. 이렇듯 의용계측장비는 질병의 진단부터 수술 후 예후까지 환자와 함께한다.

그렇다면 의용계측이란 무엇일까? 의용계측은 말 그대로 의료를 목적으로 어떤 현상을 계량하고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심전도계는 어떤 과정을 통해 심장의 박동을 시각적 그래프 혹은 청각적 신호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일까? 심전도계를 통해 의용계측의 주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심장은 수축할 때마다 *활동전류가 발생한다. 이때 발생한 활동전류는 심전도계의 전극을 통해 계측된 뒤 센서를 통해 인체의 고유한 신호에서 전기적 신호로 변환된다. 그러나 심장에서 발생한 활동전류는 피부에 부착돼 있는 전극으로 도달하는 동안 근육층, 피하지방층을 지나면서 조금씩 약해지고 *노이즈가 포함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전기적 신호는 약해진 신호을 증폭시키고 노이즈를 필터링하는 신호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심전도의 모양을 사용자가 직접 시각이나 청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신호 처리된 전기적 신호를 그래픽같은 출력 표시로 변환한다.

과거엔 체온과 인체 내부 소리와 같은 간단한 생체 신호 정보만 얻을 수 있었다. 전자기학이 발달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 이후 전극, 마이크로폰, 초음파 등을 사용해 생체 신호를 더욱 예민하고 신속하게 계측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런 기술들은 모두 전극이나 계측기를 인체에 접촉한 뒤 사용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최근에는 전파 또는 빛 등을 이용해 환자의 몸에 의료장비를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의용계측을 할 수 있는 여러 기술들이 발명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법(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의 원리가 대표적인 예다. MRI는 인체에 직접적으로 기기를 접촉하지 않고도 관찰해야 할 부위의 자기적 성질을 계측한 뒤 여러 신호 처리를 거쳐 영상화할 수 있기 때문에 뇌와 같이 해부하기 어려운 부위를 3차원 영상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인간의 기억도 ‘의용계측’할 수 있을까? 영화 『이터널 션샤인』에서는 정신과 의사가 인간의 기억을 선택적으로 삭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론상으로는 뇌파 측정을 이용해 꿈을 해석할 수 있다. 즉, 의용계측의 범위는 굉장히 무궁무진하다. 직접 열어보지 않고 인체 내부 현상을 관찰 할 수 있게 됐듯 단지 공상적인 것에 불과했던 것들이 의용계측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실현되고 있다. 이러한 의용계측의 발달은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활동전류 - 생물의 조직이나 세포가 자극을 받거나 상처를 입어서 그 부분에 생기는 전류.
*노이즈 - 전자공학이나 기계제어 분야에서 주로 기계의 동작을 방해하는 전기신호. 기사에서는 생체 신호를 방해하는 인체 내부 물질을 뜻함.

추상훈 기자 wansonam@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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