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교향악 축제

여의도 벚꽃 축제, 산수유 꽃 축제 등 봄을 알리는 축제의 장이 펼쳐지는 4월. 클래식이 잘 어울리는 봄날이 되면, 예술의 전당에서는 매년 어김없이 ‘교향악 축제’가 막을 연다. 

교향악 축제는 전국에서 초청된 교향악단들이 연이어 하루씩 공연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축제는 1989년 시작해 벌써 20주년을 맞았다. 교향악 축제의 시작은 예술의 전당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전국에 있는 교향악단을 초청한 ‘1주년 기념 페스티발’부터였다. 당시 행사가 예상외로 큰 호응을 얻어 연례행사로 기획됐다. 이듬 해부터는 전국의 오케스트라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교향악 축제를 진행했고, 지난 2008년에는 총 3만 899명이 다녀가 역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교향악단들에게 교향악 축제는 실력발휘와 갈증해소의 무대다. 이번 교향악축제의 무대에 시작을 여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 1990년 이후로 매년 참가하고 있는 교향악축제의 대표 주자다. 부천 필하모닉 양승희 악장은 “교향악 축제는 인지도나 연주 실력을 널리 알리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며 “서울에서 공연이 많지 않고 제대로 된 음악 전용 홀이 아닌 시민회관 공연장에서 연주를 주로 하는 만큼 교향악 축제의 무대는 단원들에게도 즐거운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교향악 축제는 지방의 공연 문화를 바꿨다. 기존의 지방 공연은 흔히 개인의 연주회 중심이었다. 그런데 교향악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여러 팀들이 뭉쳐 시의 지원을 받고 교향악단을 창단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에 교향악단은 50여개, 그 중 시립교향악단은 30여개로 대폭 늘었다. 예술의 전당 정동혁 음악부장은 “각 시에서는 좋은 단원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을 늘리는 등 시와 지역 주민들의 관심으로 교향악단의 연주력도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음악부장은 “교향악 축제가 이처럼 오케스트라의 양적 확대와 연주의 질적 팽창을 동시에 이룬 것에서 의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보통 클래식 공연은 비싸다는 편견을 깬 저렴한 공연료 역시 행사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도 부담없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A석 기준으로 8천원이면 이 음악의 향연에 참여할 수 있다.

교향악 축제를 찾는 학생들에게 정 음악부장은 “학점처럼 상대평가의 눈으로 연주를 감상하라”고 말했다. 즉, 각 교향악단이 있는 지역에 상대적인 문화 인프라를 비교해 ‘이 정도의 공연이면 박수칠 만하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정 음악부장은 “외국의 훌륭한 공연이 아닌 오케스트라 자체로 평가한다면 더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2009 교향악 축제는 총 17개 교향악단이 참가한다. 20주년의 새로운 출발을 맞은 만큼 협연진도 국제 콩쿠르에서 큰 입상을 한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젊은 연주가들로 구성됐다. 지난 3일 부천 필하모닉의 연주를 시작으로 21일 부산 시립교향악단까지 약 19일간 진행되는 그 축제의 현장에서 봄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지영 기자 saysaylove@yonsei.ac.kr
자료사진 부천 필 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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