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전공' ② 2차전공배정제도

우리대학교는 지난 2000년에 ‘전공 선택권 강화’라는 취지로 학부제를 도입한 이후 ‘2차전공배정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2학기 또는 3학기를 마친 후 2차례에 걸쳐 전공을 신청하는 제도다. 1차전공배정에서는 각 학과 정원의 60~80%정도의 인원을 선발하며, 나머지 30~50%의 인원은 2차전공배정을 통해 선발하게 된다. 1차전공신청에서 전공 승인을 받지 못한 학생은 다음 한 학기 동안 학적은 2학년이지만 학부대학 소속으로 ‘3학기’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단 건축도시공학부, 공학부, 생명과학부는 1차에서 100% 모두 뽑는다.

08학번 3학기생 비율

구분

3학기생 비율

인문학부

48%

외국어문학부

40%

상경계열

51%

사회과학계열

35%

자연과학부

43%

생활과학부

40%

3학기생 비율 = 전공 미배정된 학생 수/계열별 입학생 수 *100

학점에 따라 갈리는 전공

‘전공 선택권 강화’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공 배정에 학생들의 희망을 모두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희망 전공에 따라 배정할 경우 특정 인기학과로 편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려대 국제학부는 지난 2005년부터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에 배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특정 학과로의 편중이 심해 2008학년도에 이를 폐지했다. 도경선 학사지도교수(학부대·사회계열)는 “학생들의 수요에 따르려면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절해야 하지만 기초학문유지의 필요성, 교수 임용 문제 등의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대학교는 학점에 따라 전공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때문에 학점이 낮으면 희망 학과에 배정받을 수 없다. 이 결과 원하는 전공에 진입하기 위한 학생들의 학점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오로지 학점만으로 줄 세우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학점으로는 학생들의 적성이나 흥미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윤식(인문학부·08)씨 “지망하는 학과의 입문 수업을 수강한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교수 면접 등을 전공승인기준에 포함하면 학생들의 불만이 다소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지 못 살리는 3학기

3학기는 전공 탐색 기간을 1학기 더 연장해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전공 탐색을 위해 3학기를 택했다는 김가영(사회과학계열·08)씨는 “전공 탐색을 더 하기 위해 3학기를 한 친구는 극소수”라며 “학점 때문에 원하는 학과를 배정 받지 못해 3학기를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낮은 학점을 만회하기 위한 재수강은 전공 탐색 기회를 제한하기 때문에 재수강한 과목의 학점은 반영하지 않는다. 재수강 학점을 반영할 경우 학생들이 학점을 높이기 위해 재수강에만 주력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3학기는 전공 배정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학점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최씨는 “원하는 과를 배정 받기 위해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주로 듣는다”고 말했다.

학습권 침해 우려되기도

일부학과에선 수강신청기간에 타 계열 또는 타 학과생의 신청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어 3학기생들의 수업선택권 침해가 우려된다. 실제로 2009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기간 내내 행정학과 전공과목 일부가 타 전공생을 비롯한 3학기 학생들에게 열리지 않아 혼란을 빚었다. 경제학과는 수강신청 마지막 날 정오까지 경제학 전공생에게만 자리를 열어둬 3학기생들이 미리 원하는 전공 수업을 신청하는 데 불이익이 있었다.

 이에 한봉환 학사지도교수(학부대·공학계열)는 “수강신청 할 수 있는 학생을 한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학과 또는 교수의 재량이다”고 답했다. 3학기생들은 전공 탐색 기회는 물론 수업선택권조차 보장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건축도시공학부, 공학부, 생명과학부생의 경우 전공을 배정 받지 못하면 3학기생이 아닌 4학기생이 된다. 위 세 학부는 커리큘럼 특성상 학년 말에만 전공 신청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1차전공신청에서 자신이 속한 학부의 지망 가능한 학과에 모두 지원해야 전공을 받을 수 있다. 만약 1차전공신청을 하지 못했을 경우 전공을 배정받기 전까지 학부대학 소속으로 1년을 더 허비해야 하는 셈이다.

학부제가 도입 된지 10년째인 오는 2010학년도에 문과대, 이과대, 사과대, 생과대 등 대부분의 단과대가 학과제 체제로 전환된다. 신입생들은 전공이 정해진 채 입학하기 때문에 원하는 전공을 배정 받기위한 학점 경쟁과 함께 3학기생들 또한 사라질 예정이다.

그러나 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도 교수는 “대학에 입학해서 실제로 학문을 접하다보면 입학 당시 결정한 전공과 다른 길로 마음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말 배우고 싶은, 재밌는 전공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과제 체제 속에서도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학문을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이중전공제도 및 소속변경제도 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들도 자신에게 맞는 학문을 찾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유희 기자 bloomi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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