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과 목적이 바뀌어선 안돼”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단순한 것이 아니다. 서로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서로 알아가는, 어떻게 보면 친목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내기들이 들어오는 3월이 되면 동아리, 학회, 반 등은 분주해진다. 선배와 후배 사이에 친해지기 위해서 밥을 같이 먹으러 학교 안보다 가격이 비교적 비싼 신촌으로 나간다. OT, 새터 등 새내기와 선배들 사이에 친해질 기회는 많지만 충분히 친해지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3월에 개인적으로 만나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친분을 쌓기위해 밥을 함께 먹는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나 반에서 밥을 사주는 선배는 주로 자기보다 한 학번 위인 1년 차이 선배로 같은 학생신분이기에 그렇게 여유 있지 않다.  그런데도 밥을 새내기에게 사주는 것은 선배로서의 의무인 부분도 있겠지만, 후배와 돈독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물론 새내기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선배들을 밥을 먹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아는 선배로부터 후배와 함께 비싼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고 헤어진 후 그 다음날부터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역시 지난 번엔 공강 시간이 넉넉치않아 학생식당에서 밥을 사주었는데 그 후배가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밥을 다 먹고 인사만 한 채 그냥 가버렸다. 다음날 학교에 가보니 ‘저 선배는 학관에서 밥을 사주었다’라는 소문이 나있었다.

선배이기 때문에 밥을 사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차이도 얼마 나지 않고, 같은 학생이다. 서로 친해져야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밥을 사주는 것인데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 수단과 목적이 바뀌는 일이 발생한다면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새내기들아, 우리 밥만 먹지말고, 친해져도 보자!

이거량(법학·07)


“의례에 그치지 않고 서로 이득돼”

선배들이 새로 들어온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서로간의 친밀감을 증진시키는 데 있어 의미가 있다.

처음 후배들과 시간표를 맞춰보고 약속을 정했을 땐 ‘작년에 나도 언니·오빠들에게 얻어먹었으니 후배들에게도 많이 사줘야겠다’ 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후배들과 밥 먹는 횟수가 차츰차츰 늘어갈수록 이것이 단지 의례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두 시간의 식사시간은 선후배간에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한다. 서로가 느꼈던 어색함은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또 거기에서 공통점도 찾으면서 금세 사라졌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아직 대학생활에 대해 잘 모르는 후배에게 선배로서 대략적인 설명이나 조언을 해주는 것도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도 작년에 선배들과 밥을 먹으며 수강신청이나 학사제도, 전공 선택과 같은 여러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 소극적이어서 먼저 선배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후배들을 챙겨줌으써 낯선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후배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선후배간의 식사는 후배들끼리 더욱 친해지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약속을 정하는 데에 있어 선배 한 명에 후배 한 명이 만나기보다는 둘 이상의 선배와 후배가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때 같이 밥을 먹게 되는 후배들끼리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기간에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다. 나 또한 작년 이맘때쯤 대학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를 사귀는 것이 고민이었는데 그 때 밥을 같이 먹은 동기들과 매우 친해졌다.

이렇듯 선후배가 함께하는 식사시간은 선배에게도, 후배에게도 이로운 자리가 된다.

이상미(인문학부·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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