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연속 공강인 연두는 이화여대에 다니는 친구도 만날 겸 ECC(Ewha Campus Complex, 이화여대 다목적 공간)에 가서 밥을 먹었다. 돈까스 8천원에 스타벅스 커피 4천원으로 총 1만2천원. 헉! 우리학교에서 먹었으면 돈까스 2천500원에 그라찌에 커피 1천500원으로 4천원이면 해결되는데, 무려 3배나 들다니…. 

1만2천원. 유명 브랜드 외주업체에 익숙해진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는 놀랄만한 가격이 아닐수도 있다. 우리대학교는 타 대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주업체가 많이 들어오지 않은 편이다. 그 이유가 뭘까.  

생협이 연세를 자유케하리라 

이는 외주업체를 최대한 들이지 않는 우리대학교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 생협은 우리대학교 내 서점, 문구점, 기념품점, 사진점, 카페, 복사실 등 거의 모든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다. 우리대학교 생협은 연간 매출액 150억 원, 자산규모 43억 원으로 전국에 있는 대학 중 최대 규모다. 운영을 통해 남은 잉여금은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학교에 환원한다.

맛나샘, 고를샘 등 다양한 ‘샘’들은 생협이 직영한다. 반면 식당, 이·미용실, 여행사, 안경점 등 대규모 인력이나 전문성이 필요해 생협의 직영이 어려운 경우는 외부에서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맺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연세대, 받아줘서 "Grazie!"

우리대학교에 총 5곳이 입점해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그라찌에’의 경우 신촌캠 글로벌 라운지와 청경관 지점은 생협이 위탁해 경영하고 치과대학과 삼성관 지하, 원주캠 지점은 본사 직영으로,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생협에서 위탁하는 경우는 학교에서 공간을 제공하는 대신 커피머신과 같은 장비를 업체 측에서 제공하는 조건으로 운영된다. 그라찌에는 길거리보다 대학교에 입점하는 전략을 택해 현재 우리대학교를 비롯해 전남대, 한국외대 등 전국적으로 50여개 대학에 입점해 있다. 커피숍은 학교 외 매장들에서 얻은 인지도를 통해 대학에 입점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지도로 인해 높아져버린 가격 때문에 입찰 과정에서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라찌에는 이 점을 고려해 역차별 전략을 썼다. 그라찌에 홍성준 이사는 “대학에 입점을 하면 투자자본도 절약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질 좋은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도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대학 내 입점의 장점을 설명했다.  

외주업체, 교수·학생 포함한 선정위원회 거쳐 입찰 

이러한 장점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대학에 입점하길 원한다. 우리대학교가 외주업체를 필요로 할 때마다 관련 교수들과 학생대표, 조합원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꾸려진다. 선정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고, 설명회에 참가한 업체들에게 사업 제안서를 요청한다. 받은 제안서를 바탕으로 서류심사를 거쳐 상위 5개 업체를 선정하고, 업체에 대해 현장 조사, 제안업체의 설명회 등을 실시한다. 그 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적으로 선정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시설 공사 실시 후 개점을 하게 된다. 그 후 5년마다 한 번씩 점검을 하고, 만족도 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학생식당과 같이 학생들과 관련이 있는 사안의 경우 학생복지위원장이 학생 대표로 논의 과정에 참가하게 된다. 상품이나 음식의 가격은 업체와 생협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브랜드 효과와 저렴한 가격 사이의 딜레마 

생협은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먹거리를 제공하지만 브랜드식당에 비해 식사환경이나 음식 맛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신촌캠에서 가장 큰 학생식당인 맛나샘에서 만난 김민경(생활과학부·09)씨는 “정수기를 비롯한 식당 시설이 낙후돼 사용하기 찜찜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유명 브랜드 외주업체가 들어오기를 바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학생식당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학생복지위원장 임성한(경영·08)씨는 “생협은 학내 구성원 중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고려해야하는 단체”라며 학내 과도한 상업시설 유치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생협 김민우 부장은 “생협은 이제까지 이익을 챙기기 보다는 저렴한 가격, 수익금의 환원 등을 통해 학생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높더라도 유명한 브랜드의 외주업체를 들여와야 할 지, 품질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저렴한 가격을 고수해야 할 지, 생협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김방현, 송은지 기자 life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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