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에 대처하는 대안학교 학생들의 자세

자료사진 체화당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공교육의 ‘대안’이 되고자하는 학교다.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진정한 교육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 중심의 획일화된 현 교육제도를 탈피해 학생이 자유롭게 관심분야를 탐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학부모 최승희(44)씨는 “매일같이 무거운 가방을 메고 어두운 얼굴을 한 채 하교하는 고등학생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냈다”고 말했다.

대안학교는 △학생들이 작물과 식물 가꾸기를 하며 자연친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학교 △다양한 직업체험을 미리 해 볼 수 있는 학교 △전통예절을 체험해 우리의 얼을 되새길 수 있는 학교 등 그 유형이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대안학교는 현재 인가, 비인가 학교를 모두 포함해 41개이며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보통 대안학교라고 하면 입시와는 담을 쌓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대안대학이 추구하는 방향을 ‘입시지옥 탈출’ 정도로 한정해 생긴 편견이다.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의 관계자는 “7년 전인 2003년,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연계의 18개 대안학교 학생의 2년제/4년제 대학 진학 인원은 13명이었으나 3년 후인 2006년에는 17명, 작년은 22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충청남도 천안시에 위치한 대안학교 ‘하늘꿈학교’의 교사 송경곤씨 역시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며 “실제로 매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 수도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늘꿈학교’의 최근 3년간 대학 진학 현황은 지난 2007년 7명, 지난 2008년 8명, 그리고 올해 9명으로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한 학년당 학생수가 15명 내외에 지나지 않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높은 수치다.

분명 현 교육제도가 지나치게 입시 중심인 것은 문제점이지만 그렇다고 대안학교가 대학입학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대안학교 학생들에게도 입시제도는 꿈을 이루기위한 무수한 과정 중 하나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김아무개(18)군은 “내가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직업을 갖는 데 실패한다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안학교 학생의 대학 진학은 일반계 고등학교에 비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송씨가 근무하는 ‘하늘꿈학교’는 탈북 청소년을 주 학생층으로 하고 있는 대안학교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탈북자의 사회 적응을 위해 대학특례 입학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례입학이 허용되는 대학은 드물다. 성공회대학교, 나사렛대학교 등 소수의 학교가 대안학교 학생 전용 입학전형을 마련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대안학교 학생들을 고려한 입시 제도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대안학교 학생 입학전형의 경우도, 정식학교 인가를 받지 못한 대안학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안학교의 대부분이 비인가인 것을 감안한다면 대안학교 학생들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입시를 학교 교과과정 외에 따로 준비하는 한편 그에 필요한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검정고시를 포함한 여타 시험도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학생이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대안학교 학생들은 적게는 3년부터 많게는 10년 가까이 체험활동 중심의 대안교육을 받아왔다. 특성화 교육에 적응된 대안학교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이 만연한 현 대학 교육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공교육의 경직성 때문에 대안학교를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와 흡사한 교육방식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다. 송씨는 “졸업 후 대학을 진학한 학생들이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일반계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는 일방향식 대학교육은 학창시절, 공교육에 실망했던 이들을 다시 한 번 좌절시키는 요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에 ‘대안대학’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대학까지 대안적 교육방식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새로운 대안 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학교제도 자체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안이 필요하게 된 근본적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다. 진정한 ‘대안’은 먼저 초, 중, 고, 대학교 할 것 없이 ‘자유로운 학문과 꿈을 추구하는 장’이라는 학교의 기본 정의에 부합하도록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장기원 기자 iamhungr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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