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없고 학부모 배려해"

아직 쌀쌀한 날씨 속에서 2009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이 지난 16일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열렸다. 처음에 입학식이 잠실에서 열린다고 했을 땐 약간 의아했었다. 그러나 잠실 실내 체육관은 교통이 편리했고, 수많은 인파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었기에 논술고사를 봤을 때와 같은 혼잡은 없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장소 뿐만 아니라 힘든 경쟁을 뚫고 들어온 연세대학교의 입학식인 만큼 여러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우선 이 자리에 있기까지 가장 큰 지원군이었던 부모님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학부모 좌석을 따로 마련하고, 함께 입학식을 즐기면서 지금까지 도움을 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드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졸업생, 재학생 선배들과의 만남은 이제 정말 연세대학교 학생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일단 우리 대학교 출신 각 분야 유명인사 선배님들의 입학을 축하하는 메시지는 신입생으로서 미래 사회에서의 활약에 대한 목표의식과 연세대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켜 주었다. 뿐만 아니라 진행도 동문 출신 아나운서가 맡아 더욱 친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가까운 곳에서는 재학생 선배들의 안내가 이루어지면서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을 바로 작년에 거친, 가장 가까운 대학생활의 길잡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입학식 이후에 있었던 동아리와 응원단 공연은 학교생활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었다. 특히 응원단 공연에서는 우리들과 선배님들, 교직원, 학부모까지 모두가 ‘사랑한다 연세’를 외치면서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응원가 가사 및 동작을 많이 익히지는 못했지만, 서로가 어깨를 걸고 응원하는 분위기 자체에서 희열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입학식은 신입생인 우리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통과의례이자 이제 ‘연세인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했다.

조혜리(교육학부·09)



“상업주의 냄새났다”

독수리상 앞에서 친구와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는 앳된 얼굴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미 잠실에서 이들의 입학식까지 열렸다. 하지만 장소가 ‘잠실’이었다는 소식에 혼란스러워진다.

요새 상황이 ‘심지어 등록금이 동결될 만큼’ 엄청난 경제적 위기 아닌가. 게다가 펀드 투자로 대규모 손실까지 입은 학교 입장에서 입학식을 잠실에서 치렀다니. 대관비, 행사 진행비, 게다가 유명 아나운서와 가수들의 섭외비까지 그 많은 돈은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온 걸까. 비슷한 시기에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부담 해소를 위해 미화용역 노동자가 해고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집으로는 ‘우리 학교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기부금을 내달라’는 우편물이 학교로부터 날아오니 씁쓸하기만 했다.

입학식을 공동 주관한 총학도 실망이다. 지난해 현 총학의 전신 36.5 총학을 중심으로 응원단의 독단적 행태에 반대하며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행사를 보이콧하려 했던 움직임을 기억한다.  당시 초점은 지나친 티켓 값 인상에 맞추어졌었지만, 근본 원인은 학생들의 축제가 상업화되고 학생들은 객체로 전락해버린다는 데 있었다. 같은 문제의식으로 바라볼 때, 현 총학도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다행히(?) 입학식 티켓을 살 필요는 없었지만 새내기들은 입학식을 ‘관람’해야 했으며, OT자료집 스폰서 광고를 비롯한 행사 곳곳에서 상업주의의 냄새를 맡아야만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상 어딘가에는 나라사랑 랩송을 들려주면 국민들의 애국심이 고취될 거라 믿는 정부가 있다고 한다. 행여 우리 학교도 비슷한 생각으로 입학식의 주인공이어야 할 새내기들을 구경꾼으로 만들면서까지 애교심을 주입하려한걸까. 날씨 좋은 날의 노천극장, YBS 아나운서의 진행 속에 교내 동아리, 응원단의 무대로 흥을 돋우는 입학식. 조금 춥고, 유명연예인들의 화려한 볼거리는 없을지라도 새내기들의 가슴속에는 더 뜨겁고 깊은 ‘연세’가 새겨지지 않을까.

윤새별(심리·07)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