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의 죽음은 장기기증으로 더욱 빛났다故.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양심있는 신앙인으로서 항상 약자의 편에 계셨고 인위적인 생명연장을 마다하고 자신의 각막을 앞을 보지 못하는 두 분에게 선물하였다. 각막은 엄밀한 의미에서 몸속의 고형 장기와는 구분되는 것이지만 우리는 일반적인 장기기증의 범주에 두고 있다.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신체일부를 베푸는 장기기증은 그 숭고한 정신과 나눔에 있어서 기부문화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장기기증은 아직까지 충분히 뉴스거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모두에게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장기기증등록자의 수는 58만여명 수준으로 전체 인구의 1% 정도로서, 미국의 25%, 이웃 일본의 10%, 유럽 국가들의 10~20%에 비하면 극히 저조한 실적이다. 장기기증등록자의 수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장기부전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장기이식의 기회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수치가 매우 의미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의 자료에 의하면 장기기증희망등록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장기이식대기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우선 장기기증에 있어서 이를 활성화시키는 적극적인 제도 도입과 세계적인 추세에 따르지 못하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기인한 바가 크다. 미국에서는 뇌사시에 장기기증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독립적인 장기구득기관(IOPO)을 두어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돕고있으며 장기기증에 적극적인 오스트리아,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은 생전에 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밝힌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 장기기증자로 간주하는 옵트아웃제(Opt-out) 방식의 실시 실시 하고 있다.

또한 미국, 영국, 호주 같은 나라에서는 운전면허증을 교부 받을 때 장기기증 의사 여부를 표시하는 '장기기증 의사표시제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7년 9월부터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현재 시행중인 장기기증의사표시제는 새로운 장기기증 희망자를 발굴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장기기증 등록자들에게 장기기증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대했던 바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장기기증 등록자의 90%이상이 ‘장기기증 의사표시’를 통해 등록되는 것을 볼 때 반쪽짜리에 머물고 있는 현 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장기기증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사망한 가족의 시신을 훼손한다는 것에 대한 윤리적 부담 때문이다. 설령 그 부모가 장기기증에 등록하였다 하더라도 사망 후 자녀들은 장기기증이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기증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기기증은 마지막 순간에 가족들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전통적인 유교적 관습은 최근 몇 년 사이 매장에서 화장으로 옮겨가는 장묘문화의 변화와 꾸준한 장기기증의 홍보 등으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어릴적부터 장기기증과 같은 나눔과 봉사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교육되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김추기경의 죽음이 더욱 의미있었던 것은 그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위하였던 장기기증 이었다. 장기기증이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기증자들의 이웃에 대한 사랑과 희생 정신이 항구히 존중될 수 있도록 장기기증을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 질 것을 기대하며 장기부전으로 고통 받고 장기이식의 그 날 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해 우리 청년 학생들이 생명나눔운동에 기꺼이 앞장서 줄 것을 호소한다.

강치영 사랑의장기기증운동 부울경지역본부장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