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낙동강하구에코센터

겨울 철새의 계절이 다가와서일까, 최근 여러 매체가 철새에 관한 소식들을 속속 들려주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 24일 창원시는 2010년 ‘철새이동로(플라이웨이) 올림픽’을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철새이동로(Flyway) 올림픽’은  철새 거주지의 학술적 탐사와 관련된 국제적 행사다. 또한 인천시는 국제협력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상설 사무국의 인천 유치에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하지만 철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지금, 철새들의 입지는 위태롭기 그지없다. 국립환경연구원의 겨울철새실태조사는 개발에 치중한 정책들 때문에 철새도래지 면적과 철새들의 개체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1월 안산시 시화호에서는 폐수로 인해 철새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환경부에서는 철새도래지의 서식실태를 조사해 철새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것만으로 철새를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철새를 만나러 낙동강으로

기차로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부산의 하늘은 맑았다. 기자들이 찾은 곳은 우리나라 남단의 돌출부에 위치한 부산광역시 사하구 하단동의 낙동강 하구였다. 겨울철 낙동강 하구에는 북쪽에서 날아온 철새들로 가득하다. 툰드라와 시베리아에서 번식을 마친 철새들이 호주로 가는 도중 낙동강 하구에서 잠시 쉬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철새의 세계 3대 이동경로 중 유라시아대륙 동부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경로에 속해있는데, 특히 낙동강 하구는 따뜻한 기후와 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 때문에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는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돼 있다. 기자들은 철새를 빨리 보고픈 마음에 낙동강 하구로 걸음을 재촉했다. 낙동강 하구에서 철새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다는 을숙도 철새공원(아래 철새공원)에 들어서자 이름 모를 새들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 그려진 흰 새를 따라 부지런히 걷다 보니 낙동강 철새 보호를 위해 건립된 ‘낙동강하구에코센터(아래 에코센터)’에 도착했다.

에코센터는 생태복원지인 철새공원을 지속가능하게 보전하는 한편, 사람들에게 생태에 대한 체험학습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07년 6월에 건립됐다. 낙동강 하구와 철새들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된 에코센터 2층의 한쪽 벽면은 전부 유리로 돼있어 공원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유리벽 너머로 여러 무리의 새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에코센터의 자원봉사자  장해봉씨는 “겨울철은 낙동강 하구에 가장 많은 새들이 모이는 계절”이라며 “저기 보이는 새들이 대표적인 겨울철새인 큰고니와 혹부리오리, 그리고 청둥오리다”라고 소개했다.

새들은 그 자취를 감추고

유리벽 너머로 철새를 바라보던 기자들은 더 가까운 곳에서 철새를 보고자 에코센터 밖으로 나가 철새공원 남쪽에 있는 야외탐조대로 향했다. 106㎢에 달하는 넓은 면적의 낙동강 하구에는 여기저기 갈대숲이 우거졌다. 쌍안경 너머로 갈대밭에서 노닐고 있는 수십 마리의 철새들을 보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러나 철새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한 관람객은 “30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철새가 없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윤무부 명예교수는 저서 『새박사, 새를 잡다』에서 70년대 이전의 을숙도 앞에는 2천여마리가 넘는 새들이 날아와 군무를 펼쳤었고 자신은 이를 숨죽여 지켜봤다고 밝힌 바 있다.

철새 수의 감소에 대해 에코센터장 정영란씨는 “갈대밭, 파밭 등 농경지로 이용되던 을숙도에 쓰레기매립장이 생긴 후 환경이 많이 오염돼 찾아오는 철새들이 줄었다”며 안타까워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도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을숙도 철새도래지를 통과하는 명지대교 건설이 논의되기도 했다. 부산시와 환경단체는 이 문제를 갖고 7년간 대립해 왔고, 결국 명지대교 건설은 환경청이 정한 제한 조건 아래 허가를 받았다.

그 이후로도 논란은 계속됐고, 부산시는 명지대교를 건설하면서 한편으로는 낙동강 하구 복원계획을 세워 실행중이다. 정씨는 “이후 생태복원을 위해 쓰레기 매립을 금지하고 인공연못을 설치하는 등 복원 및 관리 작업을 거쳐 과거의 을숙도로 조금이나마 돌아왔다”고 말했다.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철새도래지 대부분이 도시개발과 함께 망가졌다가 이제야 마련된 복원사업들로 조금씩 복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철새는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철새를 보호해야만 할까? 먼저 철새로 분류되는 생물학적인 종(種)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고라니나 수달 담비 같은 동물을 보호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철새의 보호는 단순히 종의 멸종을 막는 차원 외에도 다른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조류학자 폴 컬린저는 그의 저서 『세계의 철새 어떻게 이동하는가?』에서 “철새는 그 이동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한 까닭에 머무르는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생태계로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통상적으로 포유류가 차지하는 생태계의 범위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다. 그러므로 철새는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데 굉장한 가치를 갖는다. 또한 새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종소비자에 속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새의 거주 여부는 환경의 척도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철새 도래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철새탐사를 즐거운 관광의 기억으로 간직할지 모르지만, 정작 철새들은 그렇지 못하다. 살아남기 위해 매년 긴 여행을 하며 세계 곳곳을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공사로 황폐해진 우리의 철새도래지를 이제야 정부가 복구시키겠다고 하지만 이미 줄어든 철새들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철새들이 머물기엔 아직 먹이도 충분치 않은데다 환경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광지가 되려면 관광객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되듯, 앞으로 생존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을 철새들에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기범, 백지원 기자 kaleidoscop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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