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변태소녀하늘을날다(아래 변날)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6번째 레즈비언문화제를 열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올해도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에게 테러를 당했다. 성소수자의 상징인 6색무지개 걸개를 도난당한 것이다.
이화인들은 변날에게 많은 지지를 보냈다. 곧 이화 안에는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담긴 자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변날을 지지하는 이화인들, 자신은 레즈비언이며 기독교인이라고 자보를 통해 외치는 목소리들… 그것은 너무나 폭력적이었던 호모포비아의 양태에 맞서는 이화인들의 모습이었다. 동시에, <변태소녀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모임이 만들어 졌고 여러 사람들이 순식간에 그 단위에 함께 했다. 어찌하여 대학사회에서는, 현 사회에서 너무나도 만연한 호모포비아 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 더욱 쉬워 졌는가? 최소한 이화 안에서는 끊임없는 변날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성애 혐오를 기반으로 둔 테러를 지속적으로 당하면서도 그들은 6회째 레즈비언문화제를 하고 있다. 학내 성소수자 모임이 존재함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라는 이야기이다.
대학사회 내 성소수자 모임은 자신들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학우들과 소통하려 한다. 이 덕택에, 학우들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공고한 편견에서 벗어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기회와 조우하고 있다. 헌데 여기에는 ‘대학사회’라는 맹점이 분명히 있다. ‘대학입학’에 그렇게도 유별난 의의를 두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그 실제와는 무관하게 지식인으로서 덕망과 교양을 쌓는 곳 이라 흔히들 말한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진보적인 시각을 갖추지 못한 것이 소위 ‘지식인’의 결격 사유라는 강박은 성소수자 관련 사안에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종종 대학 내 성소수자들의 활동은 학내 구성원들의 진정한 성찰과 이해 대신에 피상적이고 소극적인 접근과 부딪히게 된다.
얼마 전, 기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세대학교 총장은 컴투게더의 학내 중앙동아리 승인, 레즈비언 문화제 등 성소수자 사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총장은 학내 동아리 사안은 학교의 권한이 아니라는 답변으로 교묘하게 민감한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피했다. 이 또한 같은 맥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소수자에 대한 소극적이고 중립적인(듯한) 태도는 "사탄의 집단이라고 까지는 생각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결국 편견과 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의미한다.
학내 성소수자 모임의 존재에 따른 가시적 성과들이 분명히 있지만 현 사회에서 또는, 대학 내에서 그 개개인이 드러내지 않는 호모포비아는 존재한다. 학내 모임의 활동에서 보자면, 두려움 없이 문화제를 편안하게 할 수도, 동아리방을 안정적으로 가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이성애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현 사회에서 당연히 끊임없이 이야기 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의 정체성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억압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사회도 이와 같은 맥락 속에 있다. 현 사회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것들이 당연히 이야기 되어야 할 책임이 있는 공간일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 내의 성소수자 모임은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담론이 그들 안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통하여 점점 더 형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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