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건을 시작으로 하여 최근 우리나라에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연구에 대한 연구 윤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대학을 비롯한 각 기관 내에서 연구 윤리의 제도적 장치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연세대학교도 본교와 의과대학에 기관윤리심의 위원회(Internal Review Board)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 연구의 특성상 그리고 대내외적인 요구로 인해 의과대학의 IRB는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편이나, 본교의 IRB는 개별적인 연구자가 이용하기에는 그 문턱이 높다. 인간을 대상으로 매 학기 80-90편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심리학과에서는 연구 대상자를 보호하고 연구자의 연구윤리를 확립하려는 교육 및 실제의 목적으로 2006년 2학기부터 학과 내에 “학과 윤리심의위원회(Departmental Review Board: DRC)”를 발족하고 심리학과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연구는 위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진행하도록 학과 내규를 신설하였다. DRC의 발족은 전국 최초이며,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다루지 못하는 연구관련 업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해서 연구 전반에 대한 인식함양과 윤리적인 연구활동을 고무하고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DRC 업무 중 하나인 학부생 실험참가제도는 DRC발족 전부터 심리학과에서 진행되고 있던 제도로, 심리학과 전공 및 교양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1과목당 30분이 소요하는 연구(1크레딧)를 2개(2008년 1학기 이후)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두 가지 교육적 목적을 가진다. 첫째, 심리학은 과학적인 실험방법을 사용하여 인간의 행동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므로 실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고 이는 실제적인 참가를 통해서 극대화 될 수 있다. 둘째, 실험참가를 통해 참가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대학원생이 주를 이루는 연구자의 연구에 대한 태도를 평가·비판하여 상호 연구윤리의식을 함양하고, 또한 연구자들의 실제행동개선을 위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연구진행절차와 형식에 대한 규제가 없어서 교과목에 따라 서로 다른 연구 관행을 낳아 연구윤리와 교육적 차원에서 많은 문제를 초래하였기 때문에, DRC가 발족되면서 다음과 같은 규정이 만들어졌다: 1) 모든 교양 및 전공 수업에 필수실험참가 횟수 및 이수 크레딧 통일 2) 모든 과목에 동일하게 5%의 성적 반영과 리포트 옵션 적용, 그리고 3) 수업시간의 실험 불가. DRC에서는 가능한 학생들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연구참여를 대신하는 리포트 옵션과 지속적인 공지를 통한 교육, 그리고 게시판의 활용 및 연구 참여 피드백을 통한 지속적인 제도 수정 등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부생 실험참가 의무화 제도는 단순히 심리학 교양 및 전공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모두 실험에 참가해야 한다는 측면만 고려하면 학생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제도로 비춰질 수 있지만 실제로 이 제도는 학부생들이 과거에 침범당했던 연구참여권리를 개선시키려는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실제로 개선을 하여 왔다. 연구참여 권리는 분명 학생들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다른 의무나 목적을 고려하지 않는 권리가 과연 내가 꼭 찾아 가져야 하는 권리인지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경미 교수(문과대ㆍ임상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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